“전통 보존하자”남북일치/남북 「90 송년음악제」열리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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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진명씨 형제 내일 만날 듯/“공연장에 북측 포스터 왜 안붙였나” 불만 토로/윤이상씨가 보낸 서한 언론에 전달 안돼 구설수
○…평양 민족음악단은 9일 자신들이 준비해온 포스터를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에 게시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
주최측인 90 송년통일전통음악회 추진위원회는 사전연락관 회의때 북한측이 이를 전혀 요구한 바 없어 그렇게 됐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남북화합의 차원에서 이를 수락,북한음악단의 포스터를 공연장에 게시.
90 송년통일전통음악회에 참가하는 평양 민족음악단의 방문에 대하여는 체류일정,공연비용이나 모든 기술상의 문제 등 구체적인 사항을 상호 합의한 바 있으나 북한측은 포스터를 가져오는 문제에 대하여는 방문이전에 전혀 요구하거나 거론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술의 전당 공연에 앞선 리허설 시간에 북측 성단장과 우리측 공연단의 조상현씨는 막간을 이용,단독 대담.
객석 맨앞줄에 나란히 앉아 리허설을 지켜보던 두사람은 조씨의 제의로 무대 뒤편 분장실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민간차원에서의 문화교류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예술가끼리 순수하게 도와주고 밀어주는 기회가 계속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희망.
남북 양측에서의 전통 보존 문제와 관련,성단장은 『남측의 서도창은 남도 판소리 창법이 용해된 느낌』이라며 세월이 흐르다보면 전통이 완전히 상실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
두사람은 평양 민족음악단이 체류하는 동안 꼭 다시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
○…북측 공연단의 인민배우 김진명씨(78)와 서울의 동생 학명씨(74)와의 상봉이 10일 오전 9시 이루어질 뻔 했으나 북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북측은 상봉연기 이유로 ▲북측 연락관 강덕순씨가 학명씨를 만나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진명씨가 고령으로 충격을 받을 우려가 큰데다 ▲10일 공연에 지장을 줄 가능성 등을 제시.
결국 42년만의 형제상봉은 11일로 미뤄졌으나 상봉은 북측 임원진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질 전망.
○…학명씨는 10일 오전 9시35분부터 10시15분까지 쉐라톤 워커힐호텔 17층에서 북측 연락관 강덕순씨를 만나 형 진명씨와 관련된 여러사항들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날 대화는 북측 연락관이 학명씨에게 경어로 조서를 받는 형식의 1문1답으로 진행됐으며 형제의 나이·성명·출생지·부친 성명 등을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동생 학명씨는 자신의 큰아들 성만씨(45)가 신문보도를 보고 큰아버지의 남행사실을 알려줘 알게 됐으며 형 진명씨는 9일 밤 공연후 우리측 기자들이 서울에 동생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려줘 상봉작업이 추진됐다.
형 진명씨는 이 소식을 듣고 3시간 동안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목이 쉬고 극히 피로한 상태에 있다고 북측 연락관이 전했다.
○…윤이상씨가 우리측 황병기 단장을 통해 언론기관에 보낸 사신을 정부공보관계자가 언론에 전달조차 하지 않아 구설수.
황교수는 북측 공연단이 입경한 8일 북측 성단장으로부터 윤씨의 사신을 접수,9일 공보관계자에게 언론에 전달토록 요청했었으나 전달이 안된 것.
황교수는 『윤씨의 편지내용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내용일 뿐더러 언론기관에 배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해 9일 오전 정부공보관계자에게 전달을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황교수는 10일 오전 북측공연단 숙소인 워커힐호텔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신을 받았느냐』고 물었으나 기자들이 『전달받지 못했다』고 대답하자 소지했던 사신을 공개.
이를 놓고 프레스센터의 기자들은 『별 내용도 없는 것을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전달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난.
○…남북 양측공연단은 9일 오후 예술의 전당에서 가진 리허설에서 『우리의 소원』을 출연자 전원이 합창한뒤 『남북한 음악은 12월9일자로 통일됐다』며 감격.
이는 당초 리허설 과정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북측만이 공연하려 했으나 다소 어색하더라도 강행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가까스로 성취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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