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결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상(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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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득실보다 대응체제정비 우선/능동적으로 도전 이겨야/위치 격상따른 의무·기여 요구도
정치적 타결에 기대를 모았던 우루과이라운드(UR)최종협상이 끝내 성사되지 못한채 내년초 회담재개만 약속,5일간의 회의를 마감했다.
개막부터 이번 회담은 미국과 EC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시작,타협점을 못찾자 종반에는 결렬이 몰고올 파국을 우려,서로가 충격완화장치를 찾는 「모양 갖추기」에 바빴던 모습이다.
UR는 지난 86년 9월 출범당시부터 농산물·서비스교역을 포함해 GATT체제내에서 세계무역질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보려는 미국과,목표는 좋으나 현실여건을 무시해서는 협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EC로 대표되는 2개의 흐름이 있었다. 말하자면 이번 회담은 그 저류들이 다시 격돌,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벌였으나 타협에 실패한 셈이다.
이번 회담의 종반에 EC측은 농산물분야에서 보조금감축 연도를 90년으로 조정하는등 다소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케언즈(농산물수출국)그룹이 이에 불만족,반발하자 EC는 다시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또 미국도 중동사태등 정치적문제와 연관,EC를 밀어붙이는데 한계를 인식,지금 「작은 보따리」(small package)를 챙겨가느니보다는 냉각기를 가진다음 재차 협상을 시도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 연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UR협상의 연기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이번 회담에서 한국협상대표단은 20여개 주요국들만 낄수 있는 분야별 그린룸회의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격상된 위치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이는 국제교역무대에서 우리의 「무임승차」시대는 끝났고 경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의무와 기여를 요구받고 있음을 실증시켜준 셈이다.
UR협상의 연기는 농산물분야에 관한한 국내여론의 조정이 좀더 필요하다는 면에서 다소간의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농산물도 어차피 개방화로 갈수밖에 없다면 이정도의 시간여유가 개방에 대비한 구조조정에 큰 도움을 줄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섬유·반덤핑·관세 등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의 무역환경개선에 유리한 분야가 협상이 늦춰짐으로써 가져오게 될 불이익도 적지 않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국협상대표단은 『UR협상의 연기에 따른 득실을 따지는 것보다 서둘러 국내대응체제를 정비하는 일이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UR협상은 이제 제네바에서 분야별 실무협상을 계속 가진뒤 내년초 다시 무역협상위원회(TNC)를 열어 재차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시기에 관해선 아무래도 미 행정부의 입장에서 내년 2월 중순내에는 모든 문제를 타결,의회승인절차를 준비해야하므로 1월말께 회의가 재소집되지 않을까 예측되고 있다.
UR의 타결을 위해선 미국의 목표 하향조정과 EC의 상향조정이 선결조건이다.
그러나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중동사태와 EC통합,통독등 세계경제질서의 재편 등을 고려하면 타결전망은 역시 불투명한게 사실이다. 또 고위각료들이 모여서도 실패한 정치적 절충이 아직 참석자들의 수준도 정해지지 않은 내년초 회담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이미 내년도 협상에서 회담을 미 의회의 신속승인절차 적용시한 이후로 재연기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세계경제질서의 재편과정속에서 한국은 이제 주변이 아닌 흐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런 가운데 굳이 UR협상을 들추지 않더라도 대외통상관계도 다자간,쌍무간 그리고 이들을 복합시킨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돼 우리에게 무역마찰은 「항시」의 일로 등장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수출경기에 따라 전체경제의 흐름이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경제의 대외의존적 체질을 고려할 때 협상은 다자간이건 쌍무적이건 피해서도,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국제화·개방화된 시각과 함께 능동적인 대처자세만이 이러한 도전을 뛰어넘고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UR회담이 가르쳐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브뤼셀=장성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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