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K-리그 7번째 챔피언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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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2연승을 거두고 정상에 오른 성남 김학범 감독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수원=이영목 일간스포츠 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K-리그 후기리그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은 이관우와 백지훈이었다. 하지만 성남 일화와의 챔피언결정전 두 경기에서 이들은 '없었다'. 대신 성남의 더블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손대호(25)와 김철호(23)가 '있었다'.

애초에 성남의 아킬레스 건은 미드필드였다. 중심인 김상식이 부상으로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대호와 김철호는 포스트시즌 세 경기에 풀 타임으로 뛰며 김상식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을 뿐 아니라 철벽 수비를 구축했다. 이들 앞에 이관우의 활동 반경은 좁아졌고, 백지훈은 장기인 중거리포를 날릴 수 없었다. 수원의 화력은 씨가 말라버렸다.

성남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모따의 2골로 수원에 2-1로 승리, 2승(1차전 1-0 승리를 합쳐 3-1)으로 통산 일곱 번째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우승의 수훈갑으로 모따나 득점왕 우성용을 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수훈갑은 손대호와 김철호다. 수원의 최강 미드필더진을 완벽하게 제압했다"며 이들을 칭찬했다.

손대호는 1m88㎝.81㎏의 좋은 체격에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다. 청소년대표 출신이었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성남으로 이적하자마자 다쳤고, 올 초 겨울훈련 도중 또 무릎을 다쳐 8개월간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어쩌다 그라운드를 밟아도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화환과 메달을 목에 건 손대호(左)와 김철호가 기뻐하고 있다. 수원=이영목 일간스포츠 기자

하지만 김상식이 부상으로 빠지자 김 감독은 손대호에게 믿음을 보여줬고, 시즌 막판 다섯 경기에서 "손대호 없었으면 힘들었다"는 말이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로 그는 '열심히' 뛰었다. 25일 2차전에선 공격에서도 그라운드를 헤집었고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전매특허인 '마르세유 턴'으로 수원의 수비를 따돌릴 정도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프로 3년차인 김철호는 1m77㎝. 68㎏의 왜소한 체격에 체력도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시즌 전반기엔 히카르도(현 부산 아이파크)에게 밀려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김철호는 체력 보강에 힘을 쏟았고 전기리그 막판부터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다. 상대보다 부지런히 뛰어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방법으로 체격의 열세를 극복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작은 체격을 보완하는 이탈리아대표팀 주전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1m75㎝)를 보는 듯했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을 묻는 물음에 두 선수의 대답은 똑같았다.

"화려한 선수보다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수원=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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