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AI 확산 방지에 모든 힘을 쏟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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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AI를 옮기는 주범이 철새라면 발생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다. 대신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농민들의 조기 신고를 유도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닭.오리 도살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2003년에는 일부 농가가 신고를 늦추면서 사태가 커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북 익산에서 처음 발생한 뒤 경기도 평택.양평에서 추가 신고가 들어왔고, 검사 결과 이들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약한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감염을 우려, 도살을 담당할 인부를 구하기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 걱정이다.

양계산업 보호 이상으로 중요한 게 인체 감염 방지다. 이번 AI의 원인 바이러스는 2003년 이후 세계 10개국에서 258명을 감염(사망자는 153명)시킨 H5N1형이다.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 종사자들에겐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제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AI 바이러스와 사람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변종을 일으키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양계 농민 등에 대한 독감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타미플루 비축량(100만 명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닭고기.계란 기피도 걱정된다. 일부에서 그런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전국적 현상은 아니라고 하니 일단 다행스럽다. 설사 AI에 걸린 닭이라도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 소비자들의 냉정함이 절실한 때이다.

올 들어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 AI가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소강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했고, 이게 2003년처럼 전국으로 퍼진다면 한국이 동남아와 같이 'AI 문제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이번 주가 고비다. 확산 방지에 모든 힘을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