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절망하고 있다" 경찰조사 후 심경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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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소설 '즐거운 사라'와 남녀 성기가 노출된 사진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는 혐의로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경찰은 마 교수가 지난해 5월경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 대법원으로부터 음란물로 판결 받은 소설 '즐거운 사라'와 남녀의 성기가 드러난 사진 등을 올렸고, 또 성인인증 절차 없이 누구든지 접속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25일 고뉴스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경찰 조사에 대한 입장과 현재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마 교수와 일문일답 전문)

-경찰조사는 어떻게 받게 됐나?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나를 고발했다. 경찰조사는 어제 마무리됐고, 앞으로 검찰에서 기소를 해서 나오라고 하면 또 조사를 받아야 된다."

-현재 심정이 어떤가?

"아직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즐거운 사라' 지금 읽어보면 다들 싱겁다고 그러는데… 그리고 나를 자꾸 표적으로 삼는 것도 불쾌하다. 별 사이트가 다 있지 않나. '사라 사건' 일어난 지가 14년 전인데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대중들이 성을 보는 시각과 수위는 엄청 높아졌는데, 정부당국자라든가 검.판사라든가 수사기관은 완전히 옛날 몇십년 전 기준을 가지고 하고 있으니까, 이중적이 되는 거다."

-현재 사이트는 수정했나?

"아무나 못 보도록 바꾸고 있다. 경찰에서 지적당한 거 삭제하고 있다. 성기 모자이크 된 거 몇 개 올린 것은 내가 올린 게 아니라 독자가 올린 거다. 내가 차마 지우기 미안해서 그대로 뒀었다. 사이트에 좋은 게 많다. 내 논문도 있고 철학 에세이도 있고, 시 같은 거도 있다. 시도 심의를 다 통과한 건데 시가지고도 트집을 잡더라. 도대체 기준을 모르겠다."

-실제 청소년들이 사이트에 들어왔나?

"거의 안 들어왔다. 회원들은 대학생 이상이었다. 경찰서에서도 그러더라. 자기네들도 기준을 모르겠는데, 다만 고발장이 접수됐으니까 하는 것뿐이라고. 음란법이란 없다. 이게 음란하다는 법적 조항이 없다."

-일부에서 마 교수를 '음란서생'으로 표현했던데…

"너무 희화적으로 하니까 불쾌하다. 이건 표현의 자유라든가 민주화의 척도 문제인데 그런 건 생각안하고 자꾸만 가십거리로만 생각한다. 그러니까 표현의 자유가 신장이 안되고 그러는 거다."

-이렇게 조사를 받고 그러면 작품 활동하는데 어떤가?

"내 자신에 대한 내부검열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다. 12월에도 소설이 나오는데 많이 고치게 될 거 같다. 이건 국가적 손실이다. 자꾸만 이렇게 위축시키니까 나도 문화 상품인데… '즐거운 사라'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아닌가. 근데 상은 못줄지언정 나를 잡아갔다. 그러니까 도대체 뭐, 세계화라는 게 우습다."

-'표현의 자유' 문제는 계속 나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 것으로 보나?

"절망밖에 없다. 너무 안 변하니까. 내가 늘 주장했던 게 문화적 민주화인데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화는 좀 됐을지 몰라도 문화적 민주화는 멀었다. OECD 국가 가운데 검열이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간행물윤리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게 다 검열기관 아닌가?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문화일보 '강안남자' 사건은 어떻게 보나?

"나도 그렇게 당했다. 작년에 서울신문 연재하나가 네 번 경고 받고 신문사측에서 중단했다. 그것도 고민이 많다. 나머지 써서 책으로 출판하려고 하는데 또 뭐라고 그럴지… 나는 항상 표적이 되니까 상징이 되니까, 한국에서는 제일 먼저 성담론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보니 표적은 항상 나다."

-'강안남자'도 시장에 맡겨야 하나?

"문학자들의 평가와 의견으로 조정되는 거다. 공권력이 어떻게 문학을 평가하나. 내 작품은 신문사에서 항복을 하고 들어갔는데, 강안남자는 안 그런 모양이다. 신문사가 잘하는 거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에서 징계 같은 것은 문제가 안되나?

"아직은 모르겠다. 아직 판결은 안 났으니까 그럴 거 같지는 않은데 그럴 수도 있다. '사라 사건'때도 판결나기 전에 짤렸으니까…이번에도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래도 연세대인데 설마 그러겠나."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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