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野성향 재벌 구속수사 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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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사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사진)가 지난달 25일 구속된 데 따른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야권이 이를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크렘린이 주도하고 있는 유코스 수사가 올리가키(과두 재벌)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건전한 경제.사회구조를 만들려는 '개혁 조치'라는 주장에 대해 야당은 정치자금을 지원한 기업인에 대한 박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3일 유코스 사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러시아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푸틴식 개혁"=검찰이 내세우는 수사 대상은 유코스가 국영비료회사를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횡령.조세포탈.사문서 위조 등이다. 이번 수사는 집권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러시아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줄기차게 추진해온 개혁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푸틴과 크렘린 내 강경파는 1990년대 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불법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뒤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유코스 같은 올리가키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정치탄압"=하지만 여론의 대세는 유코스 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 현지의 주요 신문.방송은 연일 정부의 유코스 수사를 비난하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야당도 크렘린에 비판의 화살을 쏘고 있다.

이들은 유코스 수사가 경제.법률적 이유보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

과거를 따지자면 걸리지 않을 기업이 없으며 더구나 유코스는 최근 투명한 회계와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서방으로부터 가장 건전한 러시아 기업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코스를 수사 표적으로 삼은 것은 호도르코프스키의 정치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막강한 자금력과 야당의 지원을 바탕으로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내년이나 2008년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결국 호도르코프스키의 야당성과 개인적 정치야심이 이번 검찰 수사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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