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엮은 노래 극 신명난 한마당|사무금융 노련 창립 3주년 기념공연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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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창립3주년을 맞은 전국 사무금융 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최재호) 이 조합원 1백여 명이 참여해 만든 기념 노래 극을 공연, 단결을 확인하며 노조문화 활동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다.
1일 오후 3시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하나는 모두를,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노래 극 공연에서는 자리를 가득 메운 노련 산하 1백16개 단위 노조소속 조합원 2천여 명이 뜨거운 박수갈채로 「자신들의」 공연과 노련의 세 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특히 사무금융 노련의 이번 행사는 31개 단위 노조의 1백7명이 합동으로 3개월에 걸친 고된 연습 끝에 성공적인 공연을 치러냄으로써 노조문화활동의 「양적 측면」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또한 그 동안 단합에는 약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사무직 근로자의 전형인 금융노련이 이번의 성공적인 연합 공연개최를 통해 앞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활동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공연의 내용은 지난해 증권사 사장단의 임금 5%인상 담합에 대한 임금투쟁의 과정을 그린 것.
당초 10.5%의 인상을 제시했던 모 증권사 사장이 "물가안정 저해의 주법이 금융사의 과다한 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전경련의 주장과 정부의 인상억제 방침에 따라 5% 인상을 제시하자 노조측은 비상대의원대회와 조합원 분임 토의를 기초로 ▲정시출근 ▲화장실 떼지어가기 등의 집단적 준법투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사장이 "인간의 성스러운 배설행위를 파업의 도구로 삼는 것은 인사규정상 품위손상에 해당된다"며 조합원 3명을 해고시키자 노조측은 총회를 개최, 구속을 각오하는 투쟁과 구속·해고자에 대한 동료들의 모금으로 매월 두 배의 급여지급 등을 결정하며 「승리에의 결의」를 다지게된다.
특히 이날 노조 조합장으로 출연한 권유영씨(33·아세아종금)는 현재 노조위원장으로 구속된 경력까지 있는 실제인물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 조합원들의 뜨거운 격려박수를 받기도 했다.
극중 "백두산"에서 "대장정"에 이르기까지 총18곡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77명의 노래패와 신명나는 풍물 판을 벌여 관중의 넋을 빼놓은 풍물패 30명의 혼신의 노력도 역시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공연 참가자들과 관중들은 공연직후 갈비탕·백설기 떡·술등으로 흥겨운 뒤풀이 판을 벌여 화합을 다짐했다. <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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