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깊은 뿌리” 실감/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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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판사·검사·국회의원과 「술판」에 충격/통폐합언론·방송 손배소송 귀추 주목
국정감사·대입원서 접수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12월 문턱에서 쫓기듯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겨울추위 속 삭막해져만 가던 사람들의 마음은 김밥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50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소식으로 다소나마 훈훈해질 수 있었다.
○“안전제일”지원 뚜렷
○…27일 마감된 전국 94개 전기대 입학원서 접수결과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4.57대 1보다 다소 낮아진 4.53대 1로 집계됐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2.41대 1,고대 2.17대 1,연대 2.91대 1,이대 2.24대 1 등으로 안전제일,서울소재 대학의 지방캠퍼스 강세,지방학생의 정착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많은 수험생들이 취직이 잘되는 전문대를 선호하거나 아예 사상 최고 경쟁률을 예상,전기대 지원을 포기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오히려 경쟁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빚었다.
이에 따라 합격선도 서울대·고대·연대 등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안전하향지원으로 경쟁률이 높은 중위권 대학과 서울소재 대학의 지방캠퍼스는 합격선이 지난해보다 5점 정도 높아질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등 반환 요구
○…80년 언론통폐합으로 피해를 본 언론사들의 소송도 잇따라 중앙일보사가 국가와 KBS를 상대로 강제 양도된 동양방송(TBC)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및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을 서울 민사지법에 냈다.
중앙일보사는 이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전치절차로 TBC 강제양도로 입은 손해액을 지급하라는 배상금 지급신청을 서울지구 국가배상 심의회에 냈다.
중앙일보사는 이 소송에서 80년 KBS에 넘어간 TBC 소유 부동산과 방송기자재 일체의 반환을 요구했으며 TBC 양도로 인해 입은 손해액 8백60억원중 1차로 2백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사들의 이같은 잇단 소제기는 5공비리 청산이라는 점에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국민들의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범죄전쟁」 성과 의문
○…범죄와의 전쟁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과연 전쟁성과는 어떠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범죄를 없애 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국교 6년짜리 남자어린이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데 이어 이에 쇼크를 받은 여자국교 어린이가 부천 자신의 집 목욕탕에서 목매 자살한 사건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국민학교 주변에까지 만연된 폭력앞에 어린 꼬마들은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불안에 떨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 두 어린이의 자살을 심약한 어린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에 앞서 폭력과 범죄척결을 위한 경종의 신호이자 호소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강동지역 학부모·교사들이 29일 일제히 어린이보호를 위한 궐기대회를 갖고 등·하교길 집단지도,유해환경 정화 캠페인에 나선 것은 뒤늦었지만 앞으로 더욱 확산되어야할 것이다.
이같은 와중에서 대전지역 양대 폭력조직인 진술파·찬조파 두목이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 수사전담 부장검사와 현직의원·판사·보안부대 간부 등과 술자리를 함께하다 시비끝에 칼부림 보복극까지 벌인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인천 꼴망파 두목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구명운동을 한 사건과 함께 충격을 주었다.
○김밥할머니 흐뭇한 정
○…우울에 빠지기 쉬운 이 계절에 정말 흐뭇하고 푸짐한 인정을 맛볼 수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건설업체 소유주가 자신들이 지금껏 벌어들인 3백억원 가량으로 아파트 1천여가구를 지어 집없는 사람들이 무료로 살 수 있도록 창원시에 기증한 것이 불과 얼마전인데 충남대에 장학금 50억원을 기증한 익명의 독지가는 76세의 이복순 할머니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에게 모처럼 흐뭇한 인정을 느끼게 했다.
남편과 사별한 채 혼자 자식들을 키우며 30여년을 김밥장사등으로 모은 「눈물·땀·영혼이 깃들인」 50억원을 선뜻 내놓으며 이 할머니는 『값진 일에 쓰는만큼 이름조차 알리기 싫다』며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었다.
프로축구 선수 정해원씨 가족도 별세한 아버지의 유산 1억원을 심장병어린이 수술비로 써달라며 한국어린이보호회에 맡겼다. 메마른 세태에서 이들은 우리에게 한세상 살아가는 뜻을 깨우쳐 주는 것만 같아 숙연해지기까지 한다.<김종선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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