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을 알면 바둑 스타일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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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샴페인을 터뜨리는 우승팀 KIXX의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

지난 10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일인자였던 이창호 9단은 혈액형이 A형이다. 이창호 9단과 함께 한국 바둑의 세계 제패를 주도했던 그의 스승 조훈현 9단도 A형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과 '이창호 킬러' 최철한 9단이 A형이다.

바둑은 A형이 잘 두는 것일까. A형은 신중하고 차분하며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같은 스타일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는 바둑과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A형은 안조영 9단과 윤준상 5단 외엔 허리 층에서 강한 기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바둑의 경우 A형은 '모 아니면 도'인지도 모른다.

A형의 강력한 도전자는 O형이다. O형 대표 기사로는 서봉수 9단과 이 세돌 9단, 그리고 박영훈 9단이 있다. 이 외에도 목진석 9단, 원성진 8단, 백홍석 5단, 온소진 3단 등이 눈에 띈다. 개성과 자기 주장, 집중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O형은 개성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상급 기사들은 물론 허리 층에도 두텁게 포진하고 있어 인재의 풍부함에선 오히려 A형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B형 대표기사는 올해 후지쓰배를 제패한 박정상 9단과 조한승 9단이 있다. 고근태 5단, 이희성 6단, 송태곤 7단, 김지석 4단 등도 눈에 띈다. 자유로움과 상상력을 앞세우는 B형엔 당대 초일류 기사는 아직 없지만 국내 랭킹 50위 이내에 15명이나 들어 있어 전체 전력에선 A형이나 O형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신예 유망주로 손꼽히는 강동윤 5단과 이영구 6단은 AB형.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서는 형세판단과 같은 종합능력(계산력), 미래의 변화를 예견하는 통찰력, 호기를 살리고 위기를 극복하는 결단력과 돌파력, 새로운 형태를 창안해 나가는 상상력과 창조력, 밸런스를 잡는 감각, 그리고 승부의 기본 요소인 집중력과 배짱, 끈기 등이 골고루 요구된다.

같은 A형이라도 조훈현과 이창호는 대조적인 면이 너무 많아 특별히 혈액형으로 어떤 유형을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A형은 종합능력에서, O형은 돌파력에서, B형은 상상력에서 장점을 보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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