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첫 후유증 철도파업/구 동독지역의 대규모 파업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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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쪽과 임금격차·감원 선풍이 큰 불씨/자본주의 「단맛」앞서 매운맛 실감한 셈
통독 이후 최초 최대 규모로 발생,본격적인 통일 후유사태로 대두된 구 동독지역 철도파업이 상황 3일만인 28일 일단 노사간의 잠정타결로 끝이 났다.
과거 동독의 국영철도 라이히스반(제국철도)철도 종사원 26만명이 벌인 이번 파업은 그동안 계속돼 왔던 노동자와 경영자측간의 임금협상이 결렬된데다가 통독 후 구 서독 철도와의 합병에 따른 고용인원 감축계획까지 겹침으로써 25일부터 개시됐다.
그간 협상을 벌여온 라이히스반(DR)과 독일 철도노조(GdED) 대표는 28일 밤 동독 종업원들의 임금을 개선할 것과 그간 노사간 쟁점이 돼온 감원문제는 「사회상규에 맞게」 조정하기로 하고 내년 1월 협상을 재개한다는데 합의,열차운행이 전면 재개됐다.
구 동독철도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구 서독철도 분데스반 노동자들에 비해 기관사가 1천1백35마르크 대 3천6마르크,선로원이 1천1백마르크 대 2천5백36마르크다. 노조측의 주장은 임금을 분데스반 노동자의 50∼60% 수준으로 인상하라는 것이었다. 또 경영합리화를 위해 내년에 6만8천명,95년까지 12만5천명을 해고하겠다는 회사측의 대량감원 계획을 철회할 것도 노조측은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금년도 적자액이 5억마르크(2천4백억원)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측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3억마르크를 조달할 능력이 없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협상이 결렬됐었다.
파업은 지난 25일 오후 6시 구 서베를린의 초역과 구 동베를린 중앙역 사이의 열차운행이 중단되면서 시작,25일 밤 10시 라이프치히 마그데부르크 등 10대 주요도시로 확산됐고 26일 오전 6시에는 구 동독 전지역의 열차가 운행을 중단했다.
이번 파업으로 구동독 지역을 거쳐 동구국가나 구 서독지역으로 여행하려던 15만명의 여행객이 발이 묶인데 이어 화물운송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열차를 이용한 우편물의 운송도 중단됐다.
이번 파업으로 가장 피해를 본 도시는 베를린이었다. 석탄공급이 중단되자 루데화력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또 인근지역에서 열차편으로 반입되던 농산물의 공급이 중단돼 베를린 시민들은 베를린공수 시절의 악몽을 되새겨야 했다.
다행히 27일 회사측이 내년 1월부터 26∼30일간의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4월1일부터는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며 월급의 75%에 달하는 성탄절보너스를 지급할 것 등을 제시하는등 융통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부터 여객열차의 운행이 재개됐고 이어 하루가 지난 28일에는 파업이 전면 해제됐다.
통일 후 최대 규모 파업인 이번 파업은 앞으로 이 지역에서 예상되는 수많은 파업의 전주곡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사용자측으로서는 생산성 향상등 경영합리화를 위해 인원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노동자들로서는 직장보장,나아가 구 서독주민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임금을 인상하라는 요구를 더욱 강도 높게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 동독지역의 기업이나 노동자 모두 자본주의의 단맛을 맛보기 전에 그 매운 맛부터 맛보고 있는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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