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정보활동 "통상마찰 진원지"|주한 미 상공회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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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미 통상마찰의 파고가 최근 다시 높아지면서 그 첨병으로서 주한 미 상공회의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과연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어떤 조직이며 활동은 어떠했길 래 양국 통상마찰 현장에는 왜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말 그대로 국내에 진출한 미국기업들이「양국간의 교역증진」을 목표로 조직한 민간 경제단체. 한국에 진출한 자국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보수집 활동을 편다는 데에서는 현재 국내에 조직된 일본·영국·프랑스·독일의 주한 상공회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에게는 대미 관계가 비중이 높고, 또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활동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활발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주한 미 상공회의 정보수집 활동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제단체·정부관계자들의 빈번한 공식·비공식 모임을 가져 대한 상공회의소와는 86년 업무협력의 정시를 체결한 뒤 87년부터 매해 두 차례씩 합동회의를 하고 있으며 무역협회·전경련과도 비정기적 모임을 갖고 있다. 한미 경제협의회와는 연2회 정도의 골프모임 외에도 간부진끼리 수시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또 우리 정부기관과의 정례화 한 대화창구는 경제기획원(대외경제 정책연구원)과 봄·가을에 갖는 간담회 외에 외무부·상공부·재무부·농림수산부 등 통상관련부처의 관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자주 접촉을 갖고 있다.
주한 미 상공회에는 미국 기업 외에도 일부 경제단체장에서부터 개인·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인 회원이 4백여 명이나 가입해 있다. 이들은 미국 및 세계의 최신 정보를 접하기 위해 가입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이용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한 미 상공회가 한미 통상마찰의 진원지란 평이 재계에 나돌자 이름만 걸어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매해 1백 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면서 자기 기업에 유리한 정보교환에만 신경 쓸 뿐 국가적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상황이거나 완충역할이 요구될 때에도 별다른 역할을 못한다는 평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한 미 상공회의 미국회사들은 한국 내에서 멀어지는 문제해결을 위해 일부 한국인 변호사와도 계약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김 앤드 장, 김·신 앤드 유 등 I2개의 법률사무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일부 법률사무소는 미국계회사의 노사분규 문제에 관여하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들도 특별회원으로서 경제동향 보고서 발간, 한국 정부 기관과의 접촉 등을 통해 주한 미 상공회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
주한 미 상공화의 실질적인 업무는 25개로 나뉜 각 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무역·의약·제조업·금융업 등 업종별 위원회에서부터 노동·시장판매·자동차·조세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각 위원회는 회장단의 지도를 받으며 매달 정기석인 모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기업·회원간의 정보교환이 이뤄지며 거론된 사항들은 사무국에 요약·보고돼「주요 현안 보고서」형식을 통해 공식 견해로 발표된다.
이번에 한미 통상마찰의 불씨를 다시 댕긴 것으로 알려진「한국 보호주의의 실체들」이란제목의 보고서도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것을 미 상무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주한 미 상공회 직원 돈 제이컵슨(KBS-TV영어회화 강사로도 출연)이 정리해 쓴 것이다.
주한 미 상공회는 또「문 두드리기 팀」(Door Knock Team)이란 워싱턴 로비 단을 파견, 그들의 불편과 애로사항을 백악관·무역대표부·의회 등에 전달한다. 87년부터 매해 4월께 회장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설명하며 미 행정부로 하여금 대한 통상 협상의 참고사료로서의 활용은 물론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유도해 내기도 한다.
한편 이에 비하면 서울 일본 상공회는 역사는 꽤 됐지만『한일간의 특수한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드러내지 않고 매우 조심스럽게 무역관련 업무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독 상공회는 다른 곳과 달리 독일정부의 보조를 받는다. 이에 따라 한독양국의 기업과 수출업자에 대한 정보제공은 물론 상사 중재·알선업무까지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 진흥공사 해외주재 무역 관과 비슷한 셈이다.
나머지 영국·프랑스 상공회는 양국간 무역 및 투자정보 교환도 하지만 친목단체로서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일부 주한 외국상공회의 활동이 때로는 지나쳐 국민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외 통상관계가 국민 감정만을 앞세워 해결될 입은 아니며 그들도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 단체이니 만큼 적극적인 의사개진 등을 통해 상호협력체제를 이뤄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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