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공해 특별시」|빈사상태「거대공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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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의 도시학자들이「가장 이상적 도시조건을 갖춘 곳」으로 극찬한 서울의 중병은 질이 뒤따르지 않은 양적으로 만의 팽창에 그 원인이 있다.
북한산 자락을 등진 정남향,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한강, 가운데 우뚝 선 남산….
그 천혜의 아름다움이 인구집중과 자동차·콘크리트 건물과 온갖 공해에 뒤섞여 흡사 질식직전이다.
89년 말 현재 인구1천57만7천명으로 6·25직전 1백90만 명에서 40년 새 무려 6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집중이 사람을 서 울로 서울로 끌어 모았고 수도권으로의 근시안적 인구분산 정책은 오히려 서울의 비대화를 빚는 결과를 낳았다.
전체 인구에 대한 인구집중 비 25%로 ▲동경 9·73 ▲뉴욕3·0 ▲런던 13·5 ▲파리 3·9▲대북 13·4%에 비해 단연 세계1위.
인구밀도로도 평방km당 1만7천명으로 파리(2만6백 명)에 이어 세계2위다.
이 같은 팽창이 최근 30년 새 단숨에 이뤄졌으며 앞으로도 별다른 계기나 대책이 없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난 해소를 목적으로 한 일산·분당등 신시가지 조성도 인구집중을 가속시킬 요인이 되리라는 우려다.
인구집중은 필연적으로 주택난을 낳고 섣부른 주택공급 정책은 또 다른 인구유입을 불러 그만큼의 새로운 주택난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실제로 92년까지 40만 가구 건설이니, 각종 재개발 사업이니, 다가구 주택의 양산이니 하는 주택정책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 서울 전입인구는 18만2천명으로 출생으로 인한 자연증가 10만8천명보다 7만여 명이 더 많았으며 매년 증가추세다.
급속한 주택보급 정책은 또 투기를 불러 서울의 땅 값이 전국 땅값 합계의 26%(90년 상반기 건설부 추정, 면적은 0·6%)를 차지하도록 올려놓았으며 이는 또다시 지방으로 영향을 끼쳐 전국의 땅값을 덩달아 올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서민들은 내접마련의 꿈을 포기한 채 달동네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현실이다.
인구폭주는 필연적으로 교통지옥을 불렀다.
5년 7천6백33대(당시는 우마차포함)이던 자동차는 현재 1백만 대를 넘어서 자그마치 1백31배가 늘었으나 도로는 같은 기간 1천3백27km에서 7천3백22km로 5·5배 느는데 그쳐 끔찍한 체증을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특히 1백60만 명이 살게 될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신도시가 조성되면 이들의 도심통행으로 인해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어서 정책관계자들을 초긴장 시키고 있다.
한편 70년대 초부터 인구분산 정책으로 강남을 집중 개발한 결과 상대적으로 강북의 쇠 락을 초래한 강남-북의 불균형 성장도 서울의 물어야 할 숙제다.
지나친 과거 청산 적이고 근대화 지향적인 개발논리가 변두리의 무질서한 시가지를 마구 만들어 내고 서울 문화의 핵심인 4대문 안 문화를 사양화 시켜 온 것이다.
남산복원이나 용산 공원조성을 시민들이 크게 반기는 이유도 이 같은 공통된 위기의식 때문이다.
변화와 변혁을 수용하면서도 서울의 전통과 국제적 독자성을 잃지 않도록 강남-북의 균형발전에 고도의 정책이 투입돼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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