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에「희망심기」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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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회복지법인「사랑의 전화」가 오는30일로 창설 l0년을 맞는다. 지난81년 문을 연 이래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우리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눠 온 사랑의 전화는 고통받거나 고독한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며「사랑의 이웃」으로서 그 나름대로 많은 도움을 주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대의 상담전화와 20명의 자원봉사 상담원으로 시작한 이 단체가 지난 10월말까지 활동한 상담건수는 총 45만6천여 건. 현재는 5대의 상담전화에 모두 1천72명의 상담원이 시간제로 번갈아 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상담을 받고 있다. 또 후원자만도 7천여 명에 이르는 민간 복지단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8월 개원한 국내 최초의 노인병원에는 연 9만여 명의 노인들이 심신의 고통을 치료받고 갔으며 올7월부터 실시한 24시간 탁아소에도 연일 평균50여명의 어린이들이 사랑의 손길로 보호받고 있다.
사랑의 전화가 이같이 고통받는 이들의 이웃으로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심철호 회장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심 회장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단돈 1천 원에서 수백 만원까지 후원금을 내는 후원자들을 설득하는 일 외에는 거의 매일 이 단체에 나와 사랑의 전화 운영에 정열을 쏟고 있다. 그의 이 같은 열정에 감동해 고구마를 쪄 와서 『꼭 전해 줘야 한다』며 기다리는 할머니에서부터 주스 한 통, 간장 한 병으로 고마움을 표시해 오는 사람들까지 있다.
사랑의 전화는 올 연말 영세민 주부들을 위한「취업정보 문화센터」를, 내년 3월에는 노인 심리 상담 센터·레크리에이션 지도·노인부업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노인복지센터를 개설,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사랑의 전화가 그 동안 전화를 통해 상담해 온 내용들은 80년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과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상담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가정문제가 가장 많고(38·1%) 다음은 ▲청소년문제(18·5 % ) ▲이성 문제(17·0%) ▲정신건강 문제(4·8 %)등의 순 이었다.
가정문제 중에는 ▲부부간의 가치관차이가 가장 많았으며(22·1%) ▲남편의 외도(20·1%) ▲시댁 등 가족과의 갈등(19·2%) ▲부부간의 성 문제(10·5%)등 이 많아 현재 우리 가정이 안고 있는 주요 갈등이 어떤 것인지를 나타내고 있다.
또 청소년 문제 중에는 성과 관련된 것이 33·3%, 이성교제가 27·3%로 전체의 3분의2정도를 차지했다. 이성 문제에서는 ▲혼전갈등(45·6%) ▲성 문제(27·3%) ▲감정대립(15·7%)등이 많았으며 미혼모의 문제도 있었다(3·6%).
한편 처음 문을 연 81년과 올해의 상담내용이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여 달라진 사회상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81년의 경우 이성문제가 가장 많았으나(24·2%) 올해는 가정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아(45·3%)갈수록 가정 내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문제 중에서도 초기에는 남편의 외도, 자녀교육 등 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으나 80년대 후반부로 올수록 가치관의 차이,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화상담을 해 온 사람은 주부들이 가장 많았으며(39·9%) 그 외 학생·회사원 등의 순 이며 고졸이상 고학력자가 절반정도를 차지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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