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봉쇄 내년에 효과”/미 WP·NYT지서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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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철저한 국내통제 비축량도 넉넉/미의 개전명분 홍보전략 분석도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봉쇄 효과가 빨라야 내년 봄,늦으면 내년 가을에 가서야 나타날 것이라는게 미 행정부의 분석이라고 미 유력지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과 보도는 시간에 쫓기는 미국이 결국에는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 유엔의 무력사용 결의안을 성사시키려는 배경과 연결되는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와 뉴욕타임스지는 25일 지난 3개월 이상의 경제봉쇄가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에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했다는 미 행정부의 결론을 보도했다.
미 정부는 사실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를 단행할 당시만 해도 이라크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들어가며 적어도 3개월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기대했었다.
즉 이라크는 국내소비 곡물중 70∼80%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국가재정도 원유에 의존하는 만큼 미 정부는 대 이라크 경제봉쇄만 제대로 된다면 금방 이라크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미국이 20만명 증파를 결정한 이후인 지난 15일 부시 대통령은 TV인터뷰에서 경제봉쇄의 효과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 미국이 입수하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경제봉쇄에도 불구,이라크군은 계속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초계비행 등을 계속하는등 전투력이 약화된 조짐은 전혀 없다.
미 행정부 정보는 그러나 그동안의 봉쇄가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정보는 곡물수입이 90%이상 중단됨으로써 이라크에는 쌀·설탕·밀가루·차 등의 부족현상이 일어나 쌀·밀가루는 배급을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생산공장도 40% 정도는 가동을 중단했다.
이라크 정부는 주요기간·군수산업의 공장들에 필요한 윤활유·화학재료·부속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의류공장등 군사적으로 덜 중요한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했다.
또 원유를 팔지 못해 매월 15억달러 정도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압력에도 국내에서 후세인이 건재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위기속의 국내 경제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가동 중지된 공장의 근로자들을 농촌지역으로 보내 농작물을 재배케하며 물자부족에 대한 불만은 비밀경찰조직을 이용해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또 이라크는 10년간의 대 이란 전쟁기간중 무기·탄약·연료 등은 충분히 비축해 놓은데다 쿠웨이트 침공직전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놓았다.
특히 쿠웨이트 침공 후 이라크로 가져간 쿠웨이트내 각종 식량,각종 깡통류의 인스턴트식품 등은 이라크가 몇달간 버틸 분량이 되고 있다.
여기다 요르단·터키국경을 이용한 밀무역이 긴급한 물자에 대해서는 숨통을 터주고 있으며 이의 대금은 쿠웨이트 은행금고에 있던 5억달러 상당의 금괴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사태가 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단 전쟁이 나면 막대한 부속품 지원등이 뒤따라야 하는데 레이다등 고도기술장비와 전투기 등은 1회 가동밖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분석들은 결국 무력사용을 해야한다는 미국내 매파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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