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커 외환은행장 갑자기 미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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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리처드 웨커(사진) 외환은행장이 19일 돌연 미국으로 갔다.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 참석했던 웨커 행장은 지난 주말 귀국해 일요일 새벽 다시 미국 코네티컷주로 떠났다. 일정은 3박4일.

최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웨커 행장의 이번 방문은 '미묘한 시기의 미묘한 방문'인 셈이다.

금융계에선 웨커 행장이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어떤 형식으로든 대주주인 론스타 측과 접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는 검찰 수사 상황과 금융감독 당국의 분위기, 한국 사회의 여론 등을 웨커 행장에게서 종합적으로 청취하는 한편 교착상태에 빠진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매각협상에 대해서도 상의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더구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20일 "외환은행의 재정이 배당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살펴볼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관측을 그럴 듯하게 만들고 있다.

외환은행은 일단 웨커 행장의 일정을 개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10년 동안 후원해 온 자선단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것"이라며 "아직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선 론스타와 만나봤자 논의할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환은행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웨커 행장이 참석하는 자선단체의 행사가 열리는 코네티컷주는 론스타 본사가 있는 뉴욕과 가까운 거리다.

한 금융권 인사는 "론스타가 배당을 검토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의견을 들어야 할 사람 중 하나가 웨커 행장일 것"이라며 "미국에서라면 배당과 매각 협상 등의 현안에 대해 한국에서보다 훨씬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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