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는 민주 “갈팡질팡”/이기택총재 사퇴와 당내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야통합 실패에 등원까지 이견/의원 「8인 8색」… 일부 탈당땐 큰 타격
민주당이 16일 이기택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등원거부를 재확인하고 총재직을 사퇴,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등원거부 및 의원직 사퇴서 재제출 ▲총재직 사퇴를 천명하고 ▲13대 국회해산ㆍ조기총선 실시 ▲신 정치질서를 내걸어 종래의 강경선명노선을 재천명했으나 등원파의 반발로 어정쩡한 상태에 직면했다.
더구나 사퇴정국의 동반자였던 평민당이 곧 등원할 것이 확실시돼 「정치미아」가 될지,새로운 야권통합의 구심이 될지 기로에 서게 됐다.
○…창당 이래 주류 대 비주류,선사퇴파 대 후사퇴파,통합파 대 신중파로 갈등을 빚어 바람잘 날이 없던 민주당은 이번 등원거부 재확인을 놓고 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광일ㆍ장석화ㆍ허탁 의원의 등원파와 이철ㆍ노무현ㆍ김정길 의원의 비등원파가 팽팽한 대립을 보였는데 등원파는 ▲시대조류가 원외ㆍ장외투쟁을 할 때가 아니고 ▲의원의 존재의의는 국회에 있다는 일반론과 ▲극도의 정치불신해소 ▲민생ㆍ예산법안의 시급한 처리 등을 등원명분으로 내걸었다.
이에 반해 이철 의원 등은 ▲사퇴정국 조건의 불변 ▲국민과의 약속 ▲들러리에 불과한 국회참여 등을 이유로 들어가며 강력한 등원불가를 주장,한때 등원파였던 박찬종 의원이 『총재적 사퇴를 포함한 전면적인 당정비를 총재가 결심하면 등원주장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바꿈에 따라 등원거부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김광일ㆍ장석화ㆍ허탁 의원 등 등원파 3인은 17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당 정무회의에 당론 재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등원요구의 「결의수준」이 약간씩 다른 세 의원이 공동등원→공동탈당을 하게 되면 민주당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등원 3인도 정치적 퇴인신세가 될 것은 분명하다.
3인은 이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는 같은 시각에 따로 모여 일단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으나 당론조정 요구에만 공동보조를 취할지,등원ㆍ탈당까지 공동보조를 취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의원은 다른 두 의원의 공동보조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등원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 총재의 사퇴로 총재 유고상태의 민주당은 이제 이 총재의 말대로 도덕적 새 정치질서 건설로 매진하거나 「또하나의 핵분열」을 통해 의원 개개인이 정치퇴인으로 떨어지는 공중분해의 기로에 서 있다.
사퇴한 이 총재를 비롯,박찬종ㆍ김현규ㆍ조순형ㆍ홍사덕 부총재,등원거부파 이철 의원 등 세 의원은 자못 비장한 각오로 비상체제를 끌어가겠다는 자세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평민당과의 대통합은 끝났으며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자제해왔던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퇴진해야 할 「반시대적 정치가」로 규정,정치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요구할 생각이다.
이에 따라 총재궐위 후 3개월 이내 소집키로 돼 있는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반 김대중 야권세력 결집을 목표로 한 신 야당 창당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당체질 강화 ▲이 총재 재추대와 단일지도체제(협의제 운영)에 의한 리더십 강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의원사퇴서 재제출과 온라인으로 송금돼 왔던 보좌관 등에 대한 봉급수령 거부 등을 통해 13대 국회와 완전결별을 하는 대신 내년 상반기 실시될 지자제,14대 총선을 목표로 선명한 노 정권퇴진투쟁ㆍ3김퇴진­세대교체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반민자ㆍ반평민당 여론을 업어 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이부영씨 등 민주연합파,조윤형ㆍ이해찬 의원 등 평민당 서명파,반DJ(김대중 총재)역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보는 고흥문ㆍ양순직ㆍ이중재씨에 대한 영입교섭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당진로에 대해 사퇴한 이 총재와 당권을 노리는 박 부총재,통합파 3인의 구상이 조금씩 다르고 8명 의원 모두 각개 약진하는 성격이 짙었던 만큼 민주당이 기대만큼의 「신 정치질서」 창출을 해낼지는 미지수다.<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