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다른 질병도 잘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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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우울증환자가 늘어나는 계절이 됐다.
정신질환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문데 『우물증에 걸린 사람은 면역기능이 약화돼 각종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보고가 나왔다.
최신 연구결과와 함께 우울증이 생기게 되는 원인, 이에 대한 치료·극복방법 등을 알아본다.
인제대의대 정영조 교수·오세중씨 팀(신경정신과)은 최근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25명을 대상으로 인체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T임파구수를 측정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임파구수가 훨씬 적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정교수는『이 같은 사실은 직장을 잃거나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 환자가 된 사람들에게서 관절염·피부염·간염 등이 일반인 보다 더 자주 나타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도 일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이 어떤 경로로 임파구수를 감소시키는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우울한 기분에 따른 생활태도의 변화, 또 이로 인한 신경물질의 분비변화가 면역기능에 이상을 주는 것 같다」고 오씨는 설명했다.

<원인과 종류>
우울증은 발병형태에 따라「주요우울증」「만성적 우울증」「일시적 우울증」등으로 구분된다.
주요 우울증은 입원 치료해야 할만큼 증세가 심한 것으로 유전이 주원인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이중 20%내외는「계절성」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즉 유전이 원인인 경우 뇌의 생리물질 분비가 불균형 상태를 지속하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계절성의 경우 햇빛을 쬐는 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낮 시간이 짧아 햇빛을 적게 쬐는 겨울철에 우울증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춘기 이후에 생기는 만성적 우울증은 자기비하 자신감 상실 등은 자주 체험하는 성격이 여린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예컨대『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단정함으로써 운동경기에는 끼지 않고 이에 따라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우울증이 빈발한다는 것. 생활전반에 걸쳐 이러한 태도가 반복되면『무슨 일에든 흥미를 잃고, 모든 생각이 비관적인 쪽으로만 발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시적 우울증은 부부간의 사별, 자식을 잃었을 때, 중요한 시험 등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우울증은 체험기간이 길지 않으므로 보통은 곧 정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불가피하게 혹은 일부러 우울하지 않은 체 하며 좌절감·상실감등을 극복하려 할 때 자칫 만성적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연세대의대 이호영 교수(신경정신과)는 지적한다.
예컨대 갑자기 남편을 잃었음에도 먹고사느라 바빠 제대로 우울감을 못 느낀 여자의 경우 후일 언젠가「지연된 애도」의 감정이 표출되며, 이런 경우 대개 만성우울증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이교수의 설명이다.

<치료 및 극복법>
주요 우울증의 경우「계절성」은 일광과 비슷한 밝기의 광선을 매일 적당 시간 쬠으로써 현격한 기분전환이 이루어진다. 비 계절성은 항 우울제를 투입, 뇌의 생리물질 균형을 잡아주는데 65%쯤의 환자에게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만성 우울증은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환자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자기비하 감정 등을 밖으로 끌어내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시적 우울증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제로 피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좌절이나 상실감을 느낄 경우 실컷 이를「맛」보고, 서서히 이를 회복하는 것만이「후유 우울증」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우울증은 심하면 직장생활 또는 가정생활까지도 정상적으로 꾸려 나갈 수 없게 하는·무서운 정신질환으로 더욱 악화되면 자살로 해결하려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사전에 원인을 찾아 적절히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를 변칙적으로 약물 혹은 알콜에 의존해 볼려고 하면 자칫 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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