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보다 2008 총선이 더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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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분열 양상이 파장 분위기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조선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여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을 빌어 "여당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데 목숨을 걸었다"며 2007년 12월 대선보다 2008년 4월 총선이 더 큰 관심사라고 풀이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안영근 의원은 "여당은 없고 139명의 국회의원만 있다"고 했다.

최근 전효숙 헌재소장 동의안, 지도부 회의 파행운영 등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5일 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문제로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여당 지도부는 다음날 일본 아베 총리와의 면담 일정을 잡았던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에게도 출국금지령을 내렸다. 그러자 한 의원은 공개적으로 "전효숙이 뭐 대단하다고 외교일정까지 취소시키느냐. 난 무조건 출국할 것"이라고 거부했다. 이날 밤 여의도 주변을 지킨 여당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여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 소속 한 의원은 "한나라당과 몸싸움을 할 사람도 없다"고 했다.

지도부 회의에도 불참자가 속출하고 있다. 15일과 17일 지도부 회의에는 13명의 비대위원 중 4명만 참석했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만 빠짐없이 참석한다.

여당 당직자들도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지난주에는 한 조직의 책임자가 소속 당직자들에게 "오전 9시30분이 되도록 단 한명도 출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준비하는 한 당직자는 "어차피 깨질 당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했다.

당 공식회의는 한산한 반면, 소규모 계파 모임은 활발하다. '처음처럼' '국민의 길' '희망포럼 21' '안개모' '참정연' '의정연' 등 10여 개의 소규모 계파 모임 덕분에 서울 여의도 주변 식당들이 성업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16일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방침을 밝히자 여당 내에선 찬성과 반대 성명이 따로 나왔다. 부동산 값 폭등,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출자총액제한제, 이라크 파병 등 주요 현안마다 내부 이견이 충돌한다.

요즘 국회에선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아무리 비난해도 어느 여당 의원도 이에 반발하거나 저지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에서 노 대통령을 드라마 '주몽'의 '대소왕자'에 비유하거나 대통령 하야, 국무위원 귀양 등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당 의석은 조용하기만 했다. 작년만 해도 난리가 났을 상황이었다. 한 의원은 "1년 사이에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정권 재창출보다는 국회의원 한번 더하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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