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왜 갚아…버티고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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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신용카드회사들이 카드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란 복병을 만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신용불량자의 채무 원금을 감면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금 납부를 거절하는 사례가 느는 등 카드사들이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지난달 연체율은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근 채무 원금 감면을 기대하고 대금 납부를 거절하는 카드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8개 전업 신용카드사 사장들을 불러카드 사용자들의 모럴 해저드 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능력이 되면서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경우 카드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카드사들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도덕적 해이로 최근 감소 추세에 있는 연체율이 다시 높아질 경우 부실자산이 늘어나 카드사들이 실시한 증자 등 자본 확충 효과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상반기에 4천5백만주를 증자했던 LG카드가 지난달 30일 추가로 3천7백만주를 증자키로 하는 등 카드사들의 증자가 잇따를 예정인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카드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 카드사들은 현재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있는 채권 회수활동 가능시간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오후 9시 이후까지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금감원에 제안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추심과 관련된 민원이 더 늘어날 우려가 커 카드사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LG카드(1천3백60건).삼성카드(1천10건).국민카드(7백25건).우리카드(3백97건).외환카드(2백12건)등 카드사들의 민원 발생건수가 전체 금융업체 중 1~5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감위 관계자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도덕적 해이 확산으로 인해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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