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없는 자동차 왕국 일 도요타 경영도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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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자동차업계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불황을 모른다.
도요타는 일찌감치 91년형 소형차 신형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이 모델은 지금까지 시장에 나와 있는 4도어 세단 중 차체는 가벼우면서도 가장 속력이 빠를 뿐 아니라 실내공간이 넓고 소음이 적은 강점은 물론 연비는 기존 모델들과 똑같은 최신형 제품.
무엇보다도 경쟁사인 GM의 신 모델보다 1백 달러 차 값이 싸고 다른 회사 유사형보다는 1천6백 달러 이상 낮은 가격인 8천 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어 모든 부문의 경쟁력에 있어 단연 으뜸이다.
일본 국내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14개월 동안 도요타는 여섯 가지 새 모델을 선보이는 개발 력을 과시했다.「새것」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을 겨냥한 이같은 작전은 적중했다.
9월말 현재 도요타는 일본자동차시장의 43.4%를 석권,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닛산(25.3%), 혼다(10. 2%), 마쓰다(7.8%), 미쓰비시(4.1%)와 점점 격차를 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미국시장에서 올 들어서만 이미 1백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 미 자동차의「빅스리」인 GM(36%), 포드(23.9%), 크라이슬러(12%)에 이어 7.5%의 시장 점유율로 4위를, 외국 차로서는 선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도요타는 전세계에서 약 5백만 대의 자동차판매를 예상,
GM(8백만 대), 포드(6백만 대)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다.
그런데도 미국내 자동차전문가들은 도요타의 미국 내 급성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벤츠의 6분의1의 노동력만을 들이는 강점을 높이 사고 있다. 자동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에 관한 한 도요타가 세계제일이라는 것이다.
도요타는 21세기에 대비, 세계진출전략으로 ▲경영의 혁신 ▲생산공정의 개조 ▲사풍의 전환은 물론 패션을 중시하는 등의 기초를 완벽하게 갖추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도요타의 강점은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에서도 나타난다. 도요타는 지난해 22억 달러를 연구개발(R&D)에 썼는데 이는 5년 전인 84년(7억5천만 달러)에 비해 3배로 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R&D투자에서도 5%로 GM·포드를 웃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요타는 높은 수익성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매출액의 9%라는 최고의 순익을 냈고 미국판매에서는 2.9%의 순익을 냈다. 북미 판매에 있어 포드(4.3%)보다는 못해도 GM(0.7%)을 훨씬 웃도는 데다 그것도 미국 켄터키주의 새 공장이 아직 완전한 생산체제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도요타의 성공 이유로 최고경영자의 남다른 사업의욕을 꼽고 있다.
창업자의 손자이며 공학박사로 지난 47년이래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쇼이치로 회장의 도요타사 주식지분은 1%에 불과하다. 현 주식시세를 감안할 때 4억5천만 달러(3천2백20억 원)나 되는 억만장자임에 틀림없지만 미 포드사의 가족지분이 40%(의결권이 있는 주식)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다른 경영자들이 시간이 나면 골프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동안 쇼이치로 회장은 회사에서 사업구상을 하는 남다른 사업의욕으로 수많은 임원·종업원에게 수범을 보이고 있고 이같은 상·하의 노력이 개발과 판매에서 도요타를 세계자동차업계의 최우량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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