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왕중왕」대회 "유산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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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축구계가 자중지란으로 표류하고 있다.
국내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45회 전국선수권대회가 실업 및 대학팀들의 집단 보이콧과 프로구단들의 참가 번복으로 유산 위기에 빠짐으로써 축구협회는 지도력을 상실한 채 불신의 표적이 되고있고 산하 단체들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분란이 양상을 보이고있다.
당초 축구협회는 12일부터 올해대회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대학 및 실업팀들이 『프로구단에 시도를 배정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왕중왕」대회가 아니다. 어차피 프로의 들러리인데 예선을 치른다면 나갈 수 없다』면서 대거 불참했으며 미리 참가 신청한 유공 등 프로 5개 구단은 『수준이하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당황한 협회는 김우중 회장이 직접 나서 각 구단장들을 만나 타협점을 찾으려했으나 단장들이 구실을 내세워 모임을 회피함으로써 대회는 유산될 공산이 커졌다.
협회는 9일까지 각 구단의 의사를 직접 타진한 후 대회참가를 거부할 경우 주말에 긴급상임이사회를 열어 참가희망 팀만으로 대회강행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실업·대학 및 프로의 이같은 반발은 근본적으로 협회가 마치 대우그룹의 산하단체인양 파행 운영되는 가운데 대표팀위주의 전시행정에 치우쳐 국내 축구를 등한시한데다 행정에서 축구인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학·실업팀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프로구단의 동기는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 축구인들의 지적이다.
프로구단들은 이 대회가 사실상 프로팀들을 위한 무대임에도 불구, 참가신청을 번복함으로써 협회의 입장을 곤란케 해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를 깔고있다는 지적이었다.
프로구단들은 이번 기회에 협회로부터 독립, 프로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 축구인들은 『프로위원회의 독립은 다음의 문제로 대회에 참가한 후 대의원총회에서 떳떳하게 요구해야 할 것』 이라면서 『프로구단들은 당장의 적자폭을 해소하기 위해 신인선발제도를 자유경쟁에서 드래프트로 바꾸고 계약금과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등 프로축구 활성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있다』고 프로의 독립에 오히려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대부분의 축구인들은 『올해대회가 유산될 경우 협회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 집행부 총 사퇴사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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