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부심? 공원 축구나 심판 보라" 한 감독의 발언, 레드카드 받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여러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휘슬을 부는 여자 심판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왠지 어색하다고요?

'어떻게 여자가 빅리그 심판을 보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능력만 되면 성별이 무슨 상관인가'라는 분도 있겠죠. 지금 이 같은 논란이 잉글랜드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챔피언십(2부리그) 팀인 '루튼 타운'의 마이크 뉴웰 감독이 한 말이 신문과 웹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어요. 며칠 전 QPR과의 경기에서 부심을 봤던 에이미 레이나라는 심판을 강도 높게 비난한 내용입니다. 이유는 물론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죠. 자기가 생각할 때는 페널티킥인데 가까이 있던 부심이 촉구를 안 했다는 것, 그런데 그 부심이 여자였다 이겁니다.

"그녀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 여기는 챔피언십이다. 공원에서 하는 축구가 아니다. 여자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자를 게임에 들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그가 예전 버밍엄에서 여자축구팀을 가르쳤던 경력이 있다는 것을 참고한다면 더욱 끔찍한 발언이죠.

뒤늦게 실수했다고 느낀 그는 레이나 심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네요. 물론 그녀가 전화를 받을 리 없었고, 결국 음성 사서함에 사과의 말을 남겼답니다(사실 에이미는 이곳 러프버러에 살고 있는 제 친구예요. 메일을 보내 '힘내라'고 하니 '경기 후 감독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A)는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다루고 있어요. 문제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나온 직후 상벌위원회를 소집한다고 하네요. 아마 무거운 징계가 내려지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에 지자 심판 탓으로 돌리려던 뉴웰 감독. 루튼 구단 측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뉴웰 감독은 축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기 전에 해임 통보를 받을지도 모르겠군요.

여자 심판인 샌드라 존슨은 "같은 실수를 남자가 하면 흔히 있는 실수 중 하나라고 치부하고 여자가 하면 '여자이기 때문에 안 돼'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 아닌가. 심판들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남자 심판들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도 동감!!!

<러프버러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