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44.여)씨는 전문직 여성 자영업자다. 현재 갖고 있는 성수동의 30평대 아파트를 정리한 후 이 돈과 여유 자금을 모아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어한다.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노후 대비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란 막연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가장 활발한 40대에 모든 재산을 부동산에 집중하면 유동성이 묶여 지금까지 해온 노후 대비용 재무설계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
#부동산 구입만이 투자는 아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씨는 삶의 질과 중학생.초등학생인 두 자녀의 학군 등을 감안해 현재 살고 있는 잠실 지역의 40평대 전세로 이사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부동산 구입을 권해 고민하고 있다. 꼭 권유 때문만이 아니라 최근 신도시와 택지개발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지금이라도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다.
이씨는 일단 보유 중인 부동산을 처분하고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더해 집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세 등 부대비용과 대출 상환금액을 감안하면 당장 아파트를 사기에는 무리다.
이씨는 이미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5%나 돼 자산 불균형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 중 환금성이 떨어지는 토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보유 부동산 처분을 포함한 자산 재구성이 필요하다. 부동산 재테크는 먼저 투자자 연령에 맞는 뚜렷한 목적과 환금성 등 위험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씨처럼 투자수익과 넓은 평수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다.
이씨의 부동산 중 경기도 여주 토지는 성남~여주 간 전철 개통이 예정된 데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유하는 게 좋겠다. 성수동 아파트는 재건축 촉진지구와 뚝섬 상업용지 개발 등의 호재로 시세 차익이 생겼으나 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또 구입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당장 팔기보다는 3년 후쯤 파는 게 현실적이다.
#재무목표부터 세워라
이씨 부부는 수입이 많은 편이지만 노후 대비나 자녀 교육비.결혼자금 등에 대한 계획은 없다. 수입에 비해 저축액이 많지 않고 전체 자산의 85%가 부동산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우선 재무목표를 분명히 하자.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 섣부른 투자를 하기보다는 넓은 평형으로의 이사와 부부의 노후생활 준비, 자녀 교육자금 마련 등 재무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좋다.
넓은 평형 이사 목표는 지금 당장 강남권 40평대 아파트 전세로 옮기기보다는 3년 뒤 40평대의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자. 지금 당장 40평대 전세로 옮기려면 2억원이 필요한데 그럴 경우 현재 금융자산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3년 후로 미루면 40평대 아파트 구입가격을 10억원으로 가정할 때 필요한 자금은 2억5000만원이다. 보유 아파트 전세금 1억5000만원을 돌려줘도 판매금액 6억원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2억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운용 중인 주식.채권 투자금액 1억3000만원을 제외하면 1억2000만원만 더 필요하다.
주식.채권 투자금액 1억3000만원은 직접투자보다 펀드 등의 간접투자 상품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 10% 수익률을 목표로 주식형이나 혼합형(주식+채권)펀드를 활용하면 3년 뒤 투자수익은 4000만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연 10% 기대수익률인 적립식 펀드에도 200만원을 꾸준히 적립하면 3년 뒤엔 나머지 8000만원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노후생활과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선 지출을 줄여 나가자. 당장 생활비 등을 줄여 개인연금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
#저축성보험은 변액보험으로 전환하라
이씨 부부와 자녀까지 보장성보험이 잘 짜여 있다. 보장 규모와 보장 내용도 좋다. 다만 이씨의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이 가미돼 있고 납입 기간이 짧아 보장 규모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순수 보장 부분을 늘리고 납입 기간을 연장하면 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저축성보험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저축성보험은 장기상품이며 비과세라는 장점은 있으나 이씨처럼 많이 넣는 것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아니다. 월 100만원씩 들어가는 저축성보험을 변액 연금으로 바꾸도록 하자. 변액 연금은 보험료가 적립식 펀드처럼 운용되므로 장기적인 정액분할 투자 효과로 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은퇴 시 종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후 유동성 확보에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리=안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