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 전세 놓은 아파트 지금 팔고 큰 평수로 옮기고 싶은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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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동갑내기 회사원 남편을 둔 자영업자입니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 성수동에 집을 두고 잠실에 있는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잠실의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전세로 옮기려는데 주변에선 일산 등지의 아파트 구입을 권유하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44.여)씨는 전문직 여성 자영업자다. 현재 갖고 있는 성수동의 30평대 아파트를 정리한 후 이 돈과 여유 자금을 모아 40평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어한다.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노후 대비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란 막연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가장 활발한 40대에 모든 재산을 부동산에 집중하면 유동성이 묶여 지금까지 해온 노후 대비용 재무설계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

#부동산 구입만이 투자는 아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씨는 삶의 질과 중학생.초등학생인 두 자녀의 학군 등을 감안해 현재 살고 있는 잠실 지역의 40평대 전세로 이사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부동산 구입을 권해 고민하고 있다. 꼭 권유 때문만이 아니라 최근 신도시와 택지개발지역 아파트값 상승에 지금이라도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다.

이씨는 일단 보유 중인 부동산을 처분하고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더해 집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세 등 부대비용과 대출 상환금액을 감안하면 당장 아파트를 사기에는 무리다.

이씨는 이미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5%나 돼 자산 불균형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 중 환금성이 떨어지는 토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보유 부동산 처분을 포함한 자산 재구성이 필요하다. 부동산 재테크는 먼저 투자자 연령에 맞는 뚜렷한 목적과 환금성 등 위험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씨처럼 투자수익과 넓은 평수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다.

이씨의 부동산 중 경기도 여주 토지는 성남~여주 간 전철 개통이 예정된 데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유하는 게 좋겠다. 성수동 아파트는 재건축 촉진지구와 뚝섬 상업용지 개발 등의 호재로 시세 차익이 생겼으나 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또 구입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당장 팔기보다는 3년 후쯤 파는 게 현실적이다.

#재무목표부터 세워라

이씨 부부는 수입이 많은 편이지만 노후 대비나 자녀 교육비.결혼자금 등에 대한 계획은 없다. 수입에 비해 저축액이 많지 않고 전체 자산의 85%가 부동산에 치중된 것도 문제다.

우선 재무목표를 분명히 하자.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희망으로 섣부른 투자를 하기보다는 넓은 평형으로의 이사와 부부의 노후생활 준비, 자녀 교육자금 마련 등 재무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좋다.

넓은 평형 이사 목표는 지금 당장 강남권 40평대 아파트 전세로 옮기기보다는 3년 뒤 40평대의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자. 지금 당장 40평대 전세로 옮기려면 2억원이 필요한데 그럴 경우 현재 금융자산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3년 후로 미루면 40평대 아파트 구입가격을 10억원으로 가정할 때 필요한 자금은 2억5000만원이다. 보유 아파트 전세금 1억5000만원을 돌려줘도 판매금액 6억원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2억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운용 중인 주식.채권 투자금액 1억3000만원을 제외하면 1억2000만원만 더 필요하다.

주식.채권 투자금액 1억3000만원은 직접투자보다 펀드 등의 간접투자 상품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연 10% 수익률을 목표로 주식형이나 혼합형(주식+채권)펀드를 활용하면 3년 뒤 투자수익은 4000만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연 10% 기대수익률인 적립식 펀드에도 200만원을 꾸준히 적립하면 3년 뒤엔 나머지 8000만원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노후생활과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선 지출을 줄여 나가자. 당장 생활비 등을 줄여 개인연금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

#저축성보험은 변액보험으로 전환하라

이씨 부부와 자녀까지 보장성보험이 잘 짜여 있다. 보장 규모와 보장 내용도 좋다. 다만 이씨의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이 가미돼 있고 납입 기간이 짧아 보장 규모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순수 보장 부분을 늘리고 납입 기간을 연장하면 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저축성보험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저축성보험은 장기상품이며 비과세라는 장점은 있으나 이씨처럼 많이 넣는 것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아니다. 월 100만원씩 들어가는 저축성보험을 변액 연금으로 바꾸도록 하자. 변액 연금은 보험료가 적립식 펀드처럼 운용되므로 장기적인 정액분할 투자 효과로 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은퇴 시 종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후 유동성 확보에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리=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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