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료', 김 국정원장 내정자에 "즉각 용퇴"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만복 내정자, 국정원장이 되면 청와대가 대공수사 업무 축소 요구하면 그대로 맞춰 줄 인물.”

김만복 신임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직 국정원 간부가 김 내정자의 '부적격성'을 제기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중 정권 당시 강제로 직권면직 당한 국정원 직원들의 모임인 ‘국가사랑모임(국사모)’의 송영인 회장(전 국정원 제주지부장)이 “김만복 내정자의 5가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

송 회장은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내정자의 과거 행적에 비추어 볼 때 국정원장의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즉각 용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송 회장은 “김 내정자와는 입사초기 서울대 학원담당정보팀에서 함께 고생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했다”며 “개인적인 인간관계와 친분을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원장 내정을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나 국정원장의 막중한 책임을 생각할 때 스스로 용퇴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송 회장은 일심회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상기시키며 ”국정원이 8년여만에 본연의 업무인 386세대 및 민노당 간부들이 연루된 간첩단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도중에 최고책임자를 교체하는 것은 수사에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송 회장은 김 내정자의 과거 행태와 관련, 5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과 ‘기관의 독립성 유지’ 등에 있어 국정원장이 수행해야 할 책임과 임무의 막중함을 고려할 때 ‘부적격자’임을 주장했다.

그는 “김 내정자가 국내 활동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중부경찰서에서 15시간 보호·유치된 사건이 있었는데 사건내용을 지휘선상에 보고해 해결하지 않고 동료직원을 통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범법행위를 유도하면서 해결하려 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는 위기에서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송 회장은 “향후 원장으로서도 이처럼 자신만의 영욕을 위하여 지휘권을 행사한다면 국가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김 내정자가 자기 안위를 위해 같은 우를 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송 회장은 또 김 내정자의 동료의식 부재와 부당한 압력 행사를 비판했다.

그는 “(김 내정자가) 기조실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국사모 회장을 개별접촉해 취업보장의 조건으로 국사모 활동 중지·해체를 요구했었다”면서 “이에 (취업대신) 국사모 회원 중 한명의 구제보직을 요구했으나 이마저 묵살했다”고 신랄히 꼬집었다.

이와 함께 송 회장은 “김 내정자는 기조실장 재직 당시 김대중 정권때 강제퇴직당한 581명의 보상을 위한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주장했었다”고 강조한 뒤 “책임 있는 기조실장의 중책에 있음에도 동료직원에 대한 구제 지원을 나몰라라 하는 것이 진정한 조직원의 동료의식이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송 회장은 “인터넷 독립신문이 제작한 노대통령 장인인 ‘권오석의 6·25 당시 양민학살' 등 좌익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 당시 성금을 기탁한 것을 두고 당시 김만복 기조실장이 ‘송 회장 때문에 국정원이 청와대로부터 해체 당할 위기에 놓였다’는 등 언성을 높인 바 있다”고 회고하며 “원장 취임 이후 대공수사 업무도 코드를 맞추기 위해 축소할 셈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 해체를 김 내정자에게 말하거나 지시한 자가 누구냐”고 외압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완력’에 휘둘려 온 김 내정자의 부적격성을 힘주어 말했다.

이날 송 회장은 김 내정자의 의혹 제기와 더불어 ‘국정원 도청 의혹’을 주장했다.

송 회장에 따르면 김 내정자에 관한 일련의 사항을 지난 2일 2차례(오전 11시, 오후 4시)에 걸쳐 한나라당 정보위 소속 모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알렸는데 이날 오후 5시 49분 김 내정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그러지 말고 봐 달라”는 말을 했다는 것.

송 회장은 “의원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국정원에 알려주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내용인데 불과 5시간만에 김 내정자가 알게 됐다는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이 문제의 진상은 기필코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내정자의 재산내역과 관련, 송 회장은 “같은 동네서 셋방살이를 하며 살았고 개인적 친분 또한 깊었다”면서 “그러나 공직생활 이외 다른 사업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과연 공직자로서 그만한 돈을 벌 수 있는지 상당히 미지수”라고 재산축적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한편 오는 21일 열릴 김 내정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국회 정보위원회는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강길모 프리존뉴스 부사장, 서동만 상지대 교수, 문정현 신부 등 4명을 선정해 통보했다.

또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박선원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과 오충일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 위원장,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등 3명이 선정됐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