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시비 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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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4월20일 서울 하계동 시영아파트 708동 2백여 주민들은 15층 옥상에서 날림 공사된 70t짜리 물탱크가 터져 긴급 대피하는 물난리를 겪었다. 안산시 고잔동 중앙주공아파트에 사는 윤광순씨는 두달 전부터 보일러 관이 터져 벽에 곰팡이가 피고 온수가 잘 나오지 않는 불편을 겪고있다. 윤씨는 이 아파트를 시공한 K기업에 하자보수를 요청했지만 시공한지 3년이 되어 책임질 수 없다고 해 대책이 막연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현대사회의 대표적 주거형태라 할 수 있는 아파트에 부실 공사로 인한 하자발생이 늘고 있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수년간은 정부의「2백만호 주택건설」정책으로 인해 아파트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날림·졸속공사로 인한 하자발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태>
건국대 강순주 교수(가정 관리학과)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동구 아파트 2백3가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85.7%가「급수관 누수」, 77.3%가「상하층간의 소음」, 74.4%가「난방조정장치나 시설불량」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배수소음(평균발생률 61.6%) ▲바닥·벽·천장의 얼룩·흠·더러움(59.1%) ▲장판불량(54.2%) ▲옆집 소음(48.8%) ▲도배 불량(47.3%)등 40여 가지의 하자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의 특성별로 볼 때 작은 평수일수록, 저층에 주공이나 시영 아파트일수록 하자 발생수가 많이 나타났는데 민간건설 업체가 지은 경우도 조합아파트에서 하자발생률이 높았다.
또 하자발생은 입주시에 가장 높아 하자가 부실 공사로 인해 생겨났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입주시부터 생긴 하자로는「소음」「도배·현관문 등의 내장재 불량」등이 많았으며 「내벽·외벽의 갈라짐」「욕조·세면대 배수불량」「도장불량」등은 1∼3년 사이 발생이 많았다.

<현행 하자보수제도>
아파트 하자 보수제도에 적용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령에는 하자보수 기간이 주요시설인 경우는 준공일로부터 2년, 그 외 시설은 1년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아파트 건설업체는 이 기간동안 발생한 하자에 대해 책임을 지며 총 공사비의 3%를 하자보수 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자가 발생하면 입주자 대표회의는 하자보수를 요구하고 사업주체(건설회사)는 즉각 이에 응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주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입주자 대표회의가 준공 검사권자의 하자여부 판정에 의해 보수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수를 할 수도 있다. 하자보수 보증금을 초과하는 보수공사나 책임기간이 경과했을 때는 소송제기라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점 및 개선방안>
이성환 변호사는 현행 하자보수제도의 문제점으로 ▲실효성이 없는 짧은 하자보수기간 ▲복잡한 하자보수절차 ▲현실성 없이 적게 책정된 하자보수 보증금 등을 꼽았다.
이 변호사는 또『준공검사필증을 교부한 준공 검사권자가 하자여부를 판정해 명백한 하자가 아닌 경우 거주자들이 불리한 위치에 서게되며 하자 판명에 관한 공적인 지침도 없어 관련공무원의 자의에 흐를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하자보수 보증기간의 연장, 보증금의 증액, 하자판정의 객관화, 판정기관의전문화와 함께 부실 공사에 대한 특별처벌 조항의 신설 등을 제안했다.
한편 하자 실태를 조사한 강 교수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사전에 하자보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하자보증을 포함해 사후 아프터서비스 여부의 점검과 이를 서류로 확인하는 소비자 권리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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