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다룬 첫 한국영화 나온다|『푸른 옷소매』11월7일부터 두 달간 태국서 로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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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월남전의 단면을 전장 속 한국군 병사의 눈을 통해 정면으로 다루는 최초의 월남전 소재 한국영화 『푸른 옷소매』가 제작된다.
독립 프로덕션「푸른 영화 제작소」가 만드는 이 영화는 미국영화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이 보여줬던 것처럼 전쟁의 광기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휴머니즘을 그리는 한편 더 나아가 베트콩을 주요 배역으로 등장시켜 월남전의 성격을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도 접근하게 된다.
제작팀은 오는 11월7일 태국으로 날아가 약 두달간 현지 로케를 한다. 내년 봄쯤 개봉할 예정.
『푸른 옷소매』는 특히 월남전의 모습을 좌우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고 그리면서 한국이 참전하게 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전쟁터의 한국군병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갈등을 겪었는가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줄거리는 전투 중 베트콩 포로가 된 한국군 병사가 베트콩 진지에 억류돼 있는 동안 월남전의 속사정을 깨닫게 되고 한국군의 위치에 대해 심한 갈등에 휩싸인다.
이 과정에서 베트콩 소녀와 연민의 정도 싹트게 되나 전쟁이라는 냉엄한 대결 국면 속에서 두 사람 모두 결국 숨져간다.
따라서 이 영화는「반전」의 색채를 질게 띠면서 월남전의 성격, 미국의 냉전논리, 파월 한국군의 위치, 그리고 전쟁에 휘말려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게 된다.
그 동안 한국영화로서 월남전을 직접 다룬 작품은 없었고 다만 월남전의 후유증, 즉 귀환병사의 허무감을 그린『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송영수 감독), 월남전선에서 실종된 애인을 그리며 방황하는 대학 여교수의 이야기인『미친 사랑의 노래』등이 나왔었다.
또 베트남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 준비중인『머나먼 사이공』은 전쟁당시 사귀었던 월남여인을 못 잊어 종전후 사이공을 다시 찾는 한국인의 러브스토리다.
「푸른 영화 제작소」는『푸른 옷소매』 제작을 위해 지난 2, 8, 10월 세 차례에 걸쳐 태국 헌팅을 다녀왔고 현지의「촐론피 프러덕션」과 군수품 제공 등에 따른 계약을 맺었다.
태국 정글에는 한국군 캠프. 베트콩 진지·월남인 마을·거리등 오픈세트를 짓고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김류민씨는『 1년여 동안 월남전에 관한 각종기록을 연구, 고증에 가장 역점을 뒀으며 이 영화의 첫째 목적은 당시의 젊은이들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겪었던 고통과 갈등을 보여주는데 있다』고 말했다.
『푸른 옷소매』는 베트콩들이 많이 등장함에 따라 대사의 반 가까이가 월남어로 제작되며 자막처리 된다.
연출자 김 감독은『내 사랑 돈키호테』등을 쓴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작가출신으로 『푸른 옷소매』가 데뷔작이 되며 주연을 맡은 이종원씨는 CF모델 출신으로 역시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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