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FIAC서 본「미국의 해」현대 미술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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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파리 그랑팔레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현대미술견본시(FIAC)가 하루 평균 2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드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1백프랑(약1만5천원)의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쇄도하고 있으며 2백∼3백프랑씩 하는 캐털로그가 불티나게 팔려 미술의 본고장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9시 시작된 개막식에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과 많은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미테랑 대통령이 개막 테이프를 끊었다.
올해 FIAC는「미국의 해」로 지정해 뉴욕의 유명한 레오카스텔리 화랑 등 24개 화랑이 참가, 전시장의 1층 중앙홀을 차지하고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화랑들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70년대 팝아트 계열의 작가들을 내세워 스폿라이트를 받고있으며 미국 화랑의 작품들은 개막되자마자 붉은 딱지(판매됐음을 알리는 표시)가 여기저기 나붙는 등 미국붐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FIAC에는 14개국에서 1백 55개 화랑(외국 82개, 프랑스 73개)이 참가, 사상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올해 총 판매액이 무려 1천억프랑(약1조5천억원)으로 지난해의 6백억프랑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독일의 해」에 비추어볼 때 미국 작가의 작품값이 대체로 독일 작가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FIAC의 다니엘 를롱 회장은 『미국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FIAC가 명실상부하게 국제적인 미술 시장으로 인정받게된 셈』이라고 말하고 『올해 FIAC는 현대 미술의 역사와 비전을 함께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연 전시면적 5천평에 이르는 거대한 돔형 전시장에는 파리 시민들은 물론 세계각국에서 물려든 미술 애호가들이 메모를 하고 문의를 하는 등 진지한 자세로 작품들을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한국은 가나화랑 한국화가 이종상씨(52·서울대 교수)를 대표작가로 내세워 첫날부터 작품이 팔리는 등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에 『원형상』『통일을 위하여』등 10여점을 출품했는데, 관람객들은 특히 동판 위에 칠보로 그린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씨는 『FIAC에 처음 참가해보니 서양 미술은 너무도 실험적인 것에만 기울어 이제 더 이상 헤쳐나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이럴수록 한국미술은 더욱 독자적이고 개성있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해야할 것』이라고 한국 미술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와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다섯번째 참가해 온 가나화랑 대표 이호재씨(39)는 『FIAC에 참가하면 참가할수록 국내의 많은 화랑과 작가들도 참가해 세계 현대 미술의 현황을 알아보고 국제 무대의 진출 경험을 쌓아야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FIAC에는 특히 이종상씨 이외에도 몇몇 한국작가들이 외국화랑의 대표작가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작품이 독일의 한스마이어화랑에 내 걸렸고 독일에서 활동중인 차우희씨와 노은님씨 등도 각각 독일의 노텔페르 화랑과 벨기에의 필리페 기미오 화랑을 통해 작품이 출품됐다. 이 미술 견본시는 l1월2일 막을 내린다.【파리=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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