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상도동 숨가쁜 수습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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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대표 어젯밤 4시간 비밀외출/최 정무수석 방문은 모양 갖추기 ○…내각제 합의각서 유출로 합당 이후 최대위기를 맞았던 민자당 내분은 29일 저녁 김동영 정무장관의 청와대 면담과 30일 오전 최창윤 정무수석의 상도동 방문 등 청와대와 상도동간의 숨가쁜 막후교신으로 김영삼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기로 함으로써 일단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민주계 의원들은 29일 오전과 오후 각각 10∼20명씩 네 차례의 모임을 가진 데 이어 30일 오전 김남 의원 사무실에 모여 청와대 발표사항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국민이 반대하는 내각제개헌 거부,김영삼 대표와 행동을 같이하자는 등에 의견을 모았다.
민주계는 김 대표와 최 정무수석의 면담이 이루어진 후에도 이에 상관없이 계속 계파모임을 강화해나갈 예정인데 31일 오전에도 초ㆍ재선 민주계 의원 30여 명이 가든호텔에 모여 김 대표에게 힘몰아주기를 계속할 예정.
이에 앞서 29일 저녁 노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동영 장관은 민주계 초ㆍ재선 의원 20명이 모여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들러 면담결과를 짤막하게 설명한 뒤 상도동으로 직행.
김 장관은 오후 9시30분쯤 상도동에 도착했는데 김 장관 도착 직전 김 대표는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기자들 눈을 피해 출타했다가 4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30분쯤 귀가.
김 대표는 대기하고 있던 보도진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2층 접견실로 올라가 기다리고 있던 김 장관으로부터 1시간20분 동안 대통령 면담결과 보고를 듣고 대책을 숙의.
김 대표를 만나고 나온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잘되지 않아요. 잘될 게 뭐 있습니까. 잘못 읽겠어요』라고만 말한 뒤 자택으로 떠나 김 대표 입장이 완강함을 시사.
○…심야 절충과정에서 결정적인 계기는 김 장관과 노재봉 대통령비서실장의 회동. 상도동에서 나온 김 장관은 시내 모처에서 노재봉 청와대비서실장ㆍ최창윤 정무수석 등과 만나 장시간 청와대와 상도동의 입장을 교환.
29일 밤 늦게까지 김 대표의 측근들은 『지금같은 호기를 앞으로 다시 잡기 어렵다』는 등 확전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으나 30일 아침에는 『노 대통령 쪽이 일단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등 다소 완화된 자세를 보여 30일 새벽 김 장관과 노 실장간의 면담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우석 의원은 『최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받지 않겠느냐』며 『김 대표도 최 수석의 말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태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
김 정무장관은 최 수석의 상도동 방문 직전인 30일 오전 9시쯤부터 1시간 동안 김 대표와 만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는데 김 장관은 상도동을 떠나며 측근들에게 『잘된 것 같다』며 청와대 노ㆍ김 회동 약속을 내비쳤다.
한편 최 정무수석은 30일 오전 10시5분 상도동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회피하고 2층 접견실로 올라갔는데 김 대표의 측근들은 『최 수석의 방문은 실질적인 내용보다 모양 갖추기의 수준일 것』이라며 그러나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해도 허를 찌르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해 모종의 역공책이 있음을 시사.<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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