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미신과 풍습 … 공연 전 고사 지내는 걸 왜 반대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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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①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이다.㉠우리 아버지는 공연을 하시는 분인데 공연하기 전에는 먼저 고사부터 지내신다. 나는 아버지가 공연하시기 전에 공연을 잘 하실 수 있게 기도한다. 그런데 고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풍습은 그저 풍습일 뿐이다.

<나> 이 대학교에서는 ②풍습 문제 때문에 기독교회와 학교 측이 갈등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풍습이기 때문에 그냥 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그저 풍습이기 때문에 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저 풍습일 뿐이다. 아버지가 공연을 하실 때 4000명 정도 오는데 그중에 ③기독교가 족히 있다. 내가 아는 목사님, 사모님들도 공연을 많이 보러 오신다. 그런데 그들도 ④아무 이상한 것 없이 잘 본다. 또 우리나라는 자신의 조상님들에게 고사를 지낸다. 기독교 단체의 말에 의하면 이것도 나쁜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한다. 학교 측에는 문제가 없다. 기독교 측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풍습일 뿐이다.

<다> ㉡성경에 있는 것을 참고하여 생활에 잘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너무 그것에 집착하여, 고사 같은 풍습을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학교 측이 옳고, 기독교 단체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 첨삭·총평

같은 표현을 지나치게 반복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 이야기를 펼치는 힘이 뛰어나다. 쉽게 쓰여져서 읽는 사람에게 의미 전달도 잘 된다.

구체적으로, <가>의 ㉠부분에서 '고사는 단지 전통 풍습일 뿐이다'라는 총학생회 의견에 동의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사례 속에 '고사의 풍습으로서의 의미'가 잘 드러났다. 그러나 '풍습'의 의미를 정의하고 '고사'가 왜 풍습으로 인정받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썼더라면 설득력이 있었겠다.

<나> 문단에서는 학생이 경험한 사례를 통해 '고사'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문화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상황을 보여줬다. 고사의 종교적 의미보다는 전통 풍습이라는 문화로 설명해 설득력이 있다. <다>의 ㉡에서는 고사의 종교적 의미를 좀 더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한 번 더 강조했다.

하지만 이 글에는 '고사는 단순히 풍습'이라는 똑같은 표현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나온다(ⓐ~ⓓ). 앞에서 '풍습'의 의미가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표현이 반복되면 적절한 설명없이 주장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불필요한 반복은 줄이자. 또한, ①~④는 어색한 표현들이다. ①은 '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도이다'로, ②는 '고사를 풍습과 종교 중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로 바꾸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다. ③은 '기독교도가 적지 않게 있다'로 ④는 '아무 거리낌없이 공연을 본다'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박진선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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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보통 학생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학생들은 종종 일반 학교가 아닌 특수 학교에 다닙니다. 이 학생들은 특수 학교에 다니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일반 학교에서 보통의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이 더 좋을까요? 보기 글을 읽고, 둘 중 한 가지 의견을 선택해 논술하시오. (600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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