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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서도 서로 말 달랐다…‘한국형 FBI’ 증발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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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자정쯤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자정쯤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여야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1년 6개월 안에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을 출범시킨다는 내용을 검찰청법 개정안에 넣지 않은 걸 두고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이 내용은 당초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대안으로 제시해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이 서명한 합의문 5항에 명시됐다. 이어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조정의견으로 법안 부대의견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7일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위원장 대안은 물론 최종적으로 제출한 본회의 수정안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초 합의했던 게 중수청을 1년 뒤에 만들어서 (중요범죄 수사권을) 보내자, 이렇게 얘기가 돼 있었는데 중수청 만드는 것 자체가 지금 증발이 된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애매모호하게 빠져 있어서 이게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하고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장은 ‘중수청 설치에 관한 부분이 왜 증발됐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건 잘 모르겠다”며 “그런 문제점들을 지금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 여야 합의안은 검찰청법에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기한을) 1년 6개월로 명시하는 건 아니었다. 중수청 또는 K-FBI(한국형 FBI)를 1년 6개월 안에 설립하고 그 설립과 동시에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두 가지는 검찰에서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보낸다는 것이 합의내용”이라며 “당내에서 1년 6개월이 불확실해질 수 있으니까 부칙에 이걸 명시하자는 요구가 있었는데, 합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해서 그건 집어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조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박병석 국회의장 '검수완박' 조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하지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증언을 내놨다. 박 의원은 “최종안에서 증발된 게 아니다”라며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는 담겨 있고, 그걸 그래서 저희가 부칙이라도 넣자고 주장했는데 사실 국민의힘이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 놓고 그렇게(증발이라고) 말씀하시면 안 된다”며 “확인을 한번 해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장 중재안 8개항 중 조문화 가능한 것은 2항(4대 범죄 수사권 폐지), 4항(별건 수사 금지 등)뿐이라고 국민의힘 법사위원이 강력히 주장한 것이 오히려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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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 통과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신중론을 펴 온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합의 내용이 부대의견에 없다는 취지의 진행자 질문에 “거기 없느냐? 그것까지 못 봤다”고 되물은 뒤 “그렇게 되면 그대로 수사권의 증발이란 것이 일어날 수 있다. 어쨌든 중수청이 생기면서 이게 없애는 걸로 대체가 돼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부패·경제범죄는 계속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으로 계속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며 “양쪽이 다 이중적인 측면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수청 설치와 경찰권 비대화 견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구성하기로 합의했던 사개특위에 대해 “원천 무효가 됐다”고 말했다. 사개특위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공전하거나, 결국 구성에 실패할 경우엔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요범죄를 쪼개 부패·경제범죄는 검찰에,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는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수사권 재조정’에 그치는 탓에 대안 마련은 공수표가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힘만 빼고 아무런 대비 없이 당장 국가수사역량을 악화시키는 ‘정치인 방탄법’에 여야가 야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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