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이겨낸 소녀의 체험 수기 '르네의 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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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환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사람들은 왜 미치는 걸까. 중증 정신질환자도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정상인이 될 수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정신분열증에서 기적적으로 헤어난 소녀 르네의 체험 수기와 이 소녀를 치료한 정신분석가의 해석으로 나눠져 있다.

"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이 놀던 한 아이의 몸집이 내게 다가올수록 점점 커지고 뚱뚱해졌다. 마침내 아이가 사자처럼 느껴져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르네는 다섯살 때 겪었던 첫 비현실적인 감정을 이렇게 적어 놓는다. 소녀는 자주 원근감을 잃는다. 갑자기 온 세상에 섬광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여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소녀는 끊임없이 현실 세계와 교감하면서 정상인과 다른 자신의 모습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르네는 14명의 정신과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는다. 이들은 소녀가 완전히 미쳐 현실을 느끼지 못하며, 따라서 완치할 방법도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지은이인 세셰이예 박사만은 소녀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며 병의 원인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를 통해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한 아기 시절, 아버지가 가출한 유년 시절의 충격 등이 마음의 병을 만들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박사가 소녀를 상담한 지 7년, 르네는 드디어 정상인이 된다. 1950년 프랑스에서 첫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8개 국어로 번역됐다. 성공한 정신치료 사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아온 정신분석학의 명저다. 세셰이예 박사의 성공 비법은 르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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