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씨름 기술 씨를 모래판 대권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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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차세대 모래판은「기술씨름」이 될 것인가,「힘의 씨름」이 될 것인가.
만기의 씨름을 구사하며 모래판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기술씨름의 대가 이만기가 사라진 차세대 모래판의 정상을 놓고 강호동 남동하 임용제 임종구 등 4명이 대권 도전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대권주자 중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는 강호동(19·일양약품)으로 지난해 7월 제44회 장사대회 때 혜성처럼 등장, 민속 씨름 입문 1년3개월만에 백두장사 세 차례, 천하장사 두 차례의 타이틀을 차지해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강은 1m82cm·1백20kg의 체격과 패기를 뭉뚱그려 힘의 씨름을 구사, 이만기와의 역대전적에서도 3승2패의 우세를 보였는데 기술적인 면에서는 이에게 뒤떨어지나 28세 노장인 이가 하향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등장한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대권인수가 가능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구사력에서는 아직 미완 이어서 체격이나 성격적인 특성상 큰 기술을 갖고 승부를 해야 함에도 불구, 유연하고 강력한 허리힘만으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9월 제51회 대회 백두급 준결승에서 강의 덜미를 나 꿔 챈 남동하(20·현대)는 강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스타일인「뒤로 빠지는」씨름을 구사, 체중(1m85cm·1백5kg)만 조금 더 불린다면 강의 천적으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다.
남은 민속씨름에서는 강에게 1승2패로 열세이나 아마 시절에는 4승1패로 앞서 여전히 호적수로 꼽히고 있다.
이만기를 키워 낸 황경수 감독이 남을「제2의 이만기」로 지목, 집중적인 조련을 가하고 있으나「강호동을 꺾는 데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상황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차세대주자 가운데 가장「시원한 씨름」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 임용제(24·조흥금고)는 민속씨름 데뷔 당시 스카우트문제로 강호동과 개인적으로 거북한 관계여서 정상 정복보다 우선 타도 강호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걸리기만 하면 완벽한 큰 기술을 발휘하는 임용제는 체격(1m84cm·1백20kg)에 비해 힘이 달린다는 평가와 함께 임기웅변 식 연계기술 구사력에 보다 중점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그밖에 지난 51회 대회 백두급결승에서 남동하에게 무릎을 끓었던 임종구(24·럭키금성)는 1m88cm·1백20kg으로 차세대 주자들 중 체격조건이 가장 뛰어나다.
임종구는 아마시절엔 통일장사 및 대통령기 등 굵직한 대회를 석권, 성가를 크게 떨쳤으나 민속씨름에선 아직 뚜렷한 전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장신과 긴 다리를 이용한 발기술개발 여부가 가장 큰 관건. 이들「1강·1남·2임」은 제20회 천하강사 겸 제52회 장사씨름대회(26∼29일·인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탈환전에 나선다.
바야흐로 이만기 이후의 2세대 씨름판이「기술씨름」이 아닌「힘의 씨름」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일본의 스모 처럼 선수들의 대형화 추세가 가속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차세대의 주역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씨름 계의 초점이 되고 있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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