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느낀 “한민족”/각계인사에 들어본 통일축구 관전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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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승부떠나 남북교류에 큰 의미/진지한 통일염원 잠실벌 가득
남북통일축구 서울경기를 지켜본 7만여 관중들은 이번 통일축구가 남북한이 한 민족·한 핏줄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통일이 하루빨리 앞당겨지기를 바랐다.
관중들은 이날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공동응원을 한 데 대해 스스로 만족해하면서 하나같이 이같은 행사가 계속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각계각층의 관전소감을 들어본다.
○교류 길 터놓는 데 의의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남북통일축구는 서로 승부를 겨룬다기보다는 단절된 양측의 교류를 다시 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경기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통일로 가는 한 길목이라는 점에서 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중들이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잘하는 쪽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남북 응원” 한 핏줄 느껴
▲이충국 북한 중앙통신 논설위원=남측이 아무래도 조직력이 북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입장권이 매진되었다는데 관중석이 꽤 비었던 이유를 모르겠다.
관중들의 열기가 평양에 비해 떨어지나 남북을 가리지 않고 응원해줘 역시 한 민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독일처럼 통일 바람직
▲요하네스 얀스 씨(38·독일인·라마다 르네상스호텔 총지배인)=조국의 통일열기를 한국의 통일축구에서 느끼려고 축구장을 찾았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축구외 다각적인 접촉이 계속되면 한반도의 통일도 독일처럼 가능할 것이다.
북의 체제와 남의 민감한 보안실태는 국민들의 소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통일축구에 이어 서신왕래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독일인은 이산가족의 뼈저리는 아픔과 높다란 분단장벽을 대화와 접촉을 통한 상호간의 이해로 무너뜨렸다. 독일이 가능한데 한국이 못할 것 없지 않은가.
○「남북 단일팀」 큰 기대
▲피터 벨라판 AFC(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아주 인상적인 축구경기였다. 남북간의 통일을 위한 염원이 이 경기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평양경기에 이어 이번 서울경기를 참관해보니 양측 관중들이 모두 통일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연맹으로서는 축구가 남북한 통일에 앞장설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남북한이 앞으로 단일팀을 만들어 아시아축구 발전에 이바지해주기를 바란다.
○우호분위기 감개무량
▲한홍기 씨(65·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남북한 선수들이 뛰는 것을 직접 다시 본다는 것이 감개가 무량하다.
이번 경기는 경기보다 민족화합의 징검다리임을 감안할 때 양팀 선수들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스코어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경기였으며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국제대회에 나간다면 아시아 최강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강호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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