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말 총력전에도 작년 수준서 턱걸이|조선·신발만 호조 대부분 부진|업종별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수출이 올 한해 계속 부진하다. 수출업계가 연말 총력전을 벌이고 정부도 수출독려에 연일 나서고 있으나 전체수출은 당초목표를 크게 벗어나 작년수준을 겨우 웃도는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조선·신발이 호조를 보일 뿐 전기·전자·석유·철강 등·대부분의 수출주력업종이 뻗어 나가질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체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미·일·EC에서 계속 고전을 겪고 있으며 동남아와 대 공산권·수출만이 증가세를 유지, 그나마 전체수출을 받쳐 주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수출부진의 근본 원인이 제품개발, 품질·디자인 측면에서의 기술력 열세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세계 경기감퇴 등 내년이후 더 악화될 수출환경을 감안하면「수출마인드」마저 꺾여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게 될까 하는 우려도 높다. 금년·수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주요업종·지역별로 점검해 본다. <경제부>

<전기·전자>
지난해 수출이 5·4%신장에 그쳤던 전기·전자분야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인 5∼6%증가
에 머물 전망이다.
수출액은 당초 목표 1백75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 1백75억 달러 안팎이 예상되고 있다.
86∼88년만 해도 연평균 50%가량씩 늘어났던 수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의 약화.
88년 이후 지금까지 원 화는 10%가량 절상된 반면 엔화는 오히려 10%이상 절하됐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우리보다 한발 앞선 80년대 초반부터 해외생산을 서둘러 왔으며 이 결과 최근에는 동남아 등지의 현지공장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국제시장에 대량 쏟아 내고 있다.
주요시장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반덤핑 관세·물량규제 등 무역 장벽을 점차 높여가고 있어 일부 품목들은 지난1∼2년 동안 수출다운 수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컬러 TV·냉장고·세탁기 등 주력 품목들의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이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2∼3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생산성 향상을 웃도는 임금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을 갖춘 신제품의 개발이 계속 이어져야 하나 기술개발 투자 미흡 등으로 이같은 맥이 자주 끊기고 있는 상대.
그러나 반도체·캠코더·32비트 컴퓨터 등 첨단·고가 품을 중심으로 최근 수출 신장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 공산권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 수출품이 잇따르고 있는 점 등은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신호로 기대되고 있다.

<섬유>
지난 60년대 초 섬유수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전망으로는 연말까지 잘해야 1백47억 달러의 수출이 예상돼 지난해 (1백51억4천만달러)보다 2·8% 감소가 거의 불가피한 실정.
8월말까지의 실적은 96억6천6백2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4%가 줄어들었다.
섬유수출 중 직물 류는 대 중국 및 동남아시장이 호조를 보여 그런대로 3·4분기까지 19%정도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제품 류가 워낙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그동안 계속됐던 원화 절상 및 임금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은 데다 잦은 노사분규로 제대로 일하기도 어려웠고 더욱이 기능인력의 절대 부족현상이 제품의 질마저 위협하는 수준.
여기에 최대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우 합섬스웨터에 대한 반 덤핑제소로 대미 스웨터 수출이 절반까지 줄어들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중동사대로 호조를 보이던 직물 류 마저 대 중동 수출이 부진해지고 있다.
굳이 호재라면 최근의 달러·엔화에 대한 원화 절하가 유일한 데 저임을 바탕으로 한 동남아나라들의 공세가 강해 내년이후 수출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업계는 이에 따라 수출회복을 위한 단기대책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우선 장기적 안목에서 인력의 안정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발>
수출 주종 업종 중 전망이 가장 밝은 분야다.
8월말까지 수출실적은 27억9천4백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가 늘었으며 연말까지48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초 수출목표인 38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신발 수출이 호조를 보인 이유는 값이 사 동남아로 수입 선을 바꿨던 리복·나이키·LA기어 등 국제 바이어들이 납기일·품질 등에 대한 불만으로 우리제품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최고의 수출시장인 미국이 재고 소진으로 수입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한 화 승이 개발한 펌프 슈즈 등 고가의 신제품이 인기를 끌었으며 국내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가죽운동화 수출에 주력, 수출단가를 높인 데에도 기인한다.
신발업계는 우리 기술이 세계 정상급임을 감안, 켤레 당 7∼8달러인 대중화는 태국·대만 등 동남아에 뺏긴다 하더라도 15∼20달러인 가죽 운동화 생산에 주력한다면 당분간 신발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운동화를 선호, 전체 수출의 68%를 차지할 정도인 미국시장에서도 고가 품이 잘 팔리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
업계에서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항균 방취 용 신발안창을 개발하는가 하면 자동재단기를 개발, 생산라인의 자동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 치중해 있는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EC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으며 동남아에는 현지 공장을 건설, 직접 수출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조선>
조선업계는 70년대 초반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들어 9월말까지의 조선 수출 실적은 13억9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의 수출전망을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21억6천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연초 목표로 했던 21억 달러를 6천만달러 웃도는 것이다.
올해 조선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우선 수주량 자체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선박들의 건조 가격이 작년보다 평균 30%정도 비싸졌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극심했던 노사분규도 올해는 연초 현대중공업에서 약간 있었을 뿐 전반적으로 가동률이 높아진데도 원인이 있다.
현재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폐만 사태로 인해 선주들이 선박발주에 조심스런 관망 입장으로 돌아선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풀러 조선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세계조선의 주요수요가 노후선 대체로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는 낡은 선박을 대체할 수밖에 없기 때문. 또 미국의회가 알래스카 유조선 기름 오염사건을 계기로 최근 미국 수역을 항해하는 모든 유조선은 일동선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을 통과시킨 것도 새로운 조선 수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대한 기술이 일본에 뒤지는 게 또 하나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되는데 업계에서는 삼성 중공업이 고부가 가치선인 컨테이너 선박 수주에 주력하는 등 업계전체가 공정개선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당초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42억9천9백만 달러)보다 14% 늘어난 45억 달러로 잡았으나 수출부진이 장기화되자 지난해와 비슷한 43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등 해외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연초부터의 엔화 약세로 고전해 온 데다 예기치 않은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수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천안문사대이후 중국으로 가던 물량이 우리 수출의 약20%를 점하고 있는 동남아로 몰려들어 수출부진을 가속화시켜 왔다.
포철의 수출1부장인 엄하용씨는『에너지 비용의 상승으로 자동차·선박 등 이 경박단소의 추세를 보여 철강수요는 연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5∼10년 동안 세계의 철강 경기는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우리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비관세 장벽 등 선진국의 수입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원광석등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 등 중진국의 설비투자가 날로 늘고 있어 앞으로의 수출환경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 업계는 내년도 수출목표를 확실치는 않았는데 포철 광양3기 공장(3백만t 규모)이 오는 12월 준공되면 시설확대에 따라 수출도 다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 수출이 대부분 저급품위주로 자동차·가전제품 등 특수용도에 쓰이는 고급품의 수출은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일본의 고급제품 수출이 70%선에 달하는데 비하면 기술열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업계로서는 유가상승에 동반된 철강석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인상도 앞으로의 수출저해 요인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의 35만6천대에서 13%가량 늘린 40만대 정도로 계획했었으나 목표달성 여부가 매우 비관적인 상태다.
지난달까지의 수출실적은 21만6천대로 지난 같은 기간에 비하여 13%가량 오히려 줄어 들 었으며 남은 4·4분기 동안 최대한 심어 낸다 해도 작년 수준을 가까스로 웃도는 36만∼37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의 수출실적 자체가 재작년에 비해선 20만대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동차 수출은 2년 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있는 셈이다.
올 봄 주요업체들마다 1개월 가량씩의 분규에 따른 차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지역의 경기침체 등으로 타격이 컸다.
특히 최근에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는 잇지만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엔 저로 일본차들과의 값 차이가 크게 좁아지면서 현지 판매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반기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는 있으나 최대의 변수는 역시 페르시아만 사태.
유가가 오르면 자동차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이번 사태로 미·유럽지역에서의 소형차 위주의 우리 업계로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연료절약형 차량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공산권·동남아 등지로의 수출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우선 올해는 지난해 수준 이상은 기록하겠다는 전략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