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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귤·한라봉 돌린 농협조합장 당선무효…대법서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농협 예산으로 조합원들에게 과일 선물세트 등을 전달한 지역농협조합장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원지역 농협조합장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위탁선거법은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위탁선거법에 따라 농협조합장인 A씨는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조합원들에게 과일 선물세트 등을 농협 예산으로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8년 9월 추석 전 부하직원을 시켜 조합원 29명에게 배 선물세트를 전달했다. 29개 선물세트의 구매비용은 총 113만원으로, 조합 예산을 사용한 뒤 광고선전비로 처리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조합원 3명에게 귤과 한라봉 등 시가 12만3000원 상당의 과일 박스와 전직 조합장 병문안 길에 3만원 상당의 인삼 음료를 농협 예산으로 결제해 전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하며 "자신의 행위는 기부 행위가 아닌 직무상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직무 행위의 외관을 빌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금품제공의 효과를 위탁 단체의 대표자 개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직무상의 행위’로 볼 수 없다”며 “특히 배 선물세트를 조합원에게 배달하면서 부하직원이 수령자들에게 ‘조합장이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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