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일부 인질석방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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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 서방 화해움직임인듯/후세인 밝혀/프랑스인 전원ㆍ미국인 노약자 대상/다국적군,이라크상선 검색
【니코시아ㆍ바그다드 APㆍ로이터=연합】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2일 억류중인 프랑스인 인질 전원을 석방할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라크계 미국인 방문단에 미국인 노약자들의 석방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인질석방을 통해 서방측에 화해의 움직임을 보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억류중인 프랑스인 전원의 석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이같은 조치가 프랑스와 이라크 간의 우호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또한 바그다드를 방문중인 미­이라크 친선협회의 살림 만수르 단장은 21일 후세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일부 미국인을 석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는데 서방 외교소식통들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억류된 미국인들 가운데 47∼57명이 병자나 노약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중 10명 정도가 석방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술탄 이븐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은 이날 리야드에서 아랍언론인들에게 사우디는 『아랍국가가 형제 아랍국에 땅이나 부지,해상의 특정지역 등을 양도하는 것을 해롭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쿠웨이트가 이라크에 일부 영토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아랍국들은 모든 이라크의 권리를 인정할 태세가 돼있다』고 말하고,그러나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라크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수행중인 다국적군은 이날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항로를 변경하라는 명령을 무시한 이라크 상선을 두번째로 정선시키고 승선검색을 실시한 뒤 계속 항진을 허용했다고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미국과 호주 해군은 앞서 20일 철강과 합판을 싣고 예멘의 아덴항으로 항진중이던 이라크 소속 상선 알 아라비호에 정지명령을 내렸으나 이 선박이 항해를 계속,40발의 경고사격을 가한뒤 48시간동안 추적했으며 이날 또 다시 정선 명령을 내리고 검색한 결과 화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계속 항진을 허용했다고 밝히고 아마도 이 배의 선원들이 화물을 모두 바다에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정면대결 피하고 실리 노린 전략(해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23일 밝힌 일부 서방인질 석방시사는 페르시아만 사태 이후 이라크의 가장 적극적인 유화자세다.
최근 쿠웨이트항공 재개조치를 취한 이라크는 지난주 소련 대통령특사 프리마코프의 이라크 방문을 계기로 쿠웨이트 철군도 시사해 왔다.
이같은 이라크의 유화자세전환 배경은 속단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같은 협상태도가 서방측에 먹혀들만한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미국과 전면대결을 벌일 경우 이라크가 승리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
적절히 양보,체면과 실리를 모두 살릴 수 있다면 이라크로서는 손해될 것이 없다.
즉 반전무드가 확산되고 있는 세계여론,서방동맹국들의 균열,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학살 등 서방측 「악수」 등을 최대로 활용해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계산으로 풀이해 볼 수 있는 것이다.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이 쿠웨이트 영토의 일부 할양의사를 시사하는 등 아랍권도 수습의지가 강력해 상황은 실리협상을 겨냥한 이라크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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