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 순수 국내파 최연소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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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순수 국내파 음악도가 비인기 종목인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로 세계 무대를 제패했다. 5일 독일 루드비히루스트에서 폐막한 제4회 슈베르거 콘트라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에 입상한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16.사진)군이다. 동양인 최초의 우승이다. 상금은 5000 유로(약 600만원).

독일 슈페르거 재단이 격년제로 여는 더블 베이스 전문의 이 콩쿠르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한다. 더블베이스 주자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더블베이스 주자 게리 카 등이 콩쿠르의 재정을 지원한다.

"비인기 종목인 더블베이스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들고 다니기가 무겁고 힘들지만 소리가 푸근하고 듣기 편안하죠. 뉴욕필이나 베를린필 등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의 수석 주자가 되어 독주자로도 활동하는 게 꿈이에요."

성군은 10세때 더블 베이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선화예중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영재로 입학해 이호교 교수를 사사 중이다. 성군은 음악가족 출신. 아버지 성영석(45)씨는 1984년 경희대 졸업 후 서울시향에 입단해 23년째 더블베이스 단원으로 있다. 큰아버지는 서울시향 오보에 수석을 지낸 성필관(50)씨. 여동생 성미경(13.선화예중 1)양도 더블베이스를 전공해 올해 음악협회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버지, 아들, 딸이 모두 더블베이스를 연주한다. 한 집에 사람 몸집보다 큰 더블베이스 여섯 대가 있다보니 가족 전용 스튜디오까지 마련했다. 어머니 최인자(44)씨는 피아니스트. 아들의 콩쿠르 반주를 도맡아 해오고 있다.

"처음 4년간 아버지에게 직접 배웠어요. 그만 두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열심히 가르치시는 아버지의 얼굴 앞에서 차마 그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돌이켜보면 포기하지 않길 잘 했어요. 여동생은 어깨 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저보다 더 잘해요."

성군은 더블베이스를 시작한 지 1년만에 국내 한 오케스트라의 협연자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2002년 바로크 현악 콩쿠르, 2005년 부산 콩쿠르, 2006년 음악협회 주최 해외파견 콩쿠르 등에서 1위에 입상했다. 2002년 서울심포니, 2003년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2003년 서울시향, 2005년 부산시향과 함께 협연 경험도 쌓았다. 금호 영아티스트 독주회를 비롯 독주회만 해도 여섯 차례 했다.

"남들이 부러워하죠. 훌륭한 선생님과 반주자를 곁에 두고 있으니까요. 저희 집에서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음악 얘기가 끊이지 않아요. 그래서 그만큼 남들보다 앞서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성영석씨는 아들의 우승 소식을 접한 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줄곧 교향악단 생활을 해오면서 유학 한번 못가본 게 한이었는데 아들이 유학도 가지 않고 큰 콩쿠르에 우승했으니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기쁘다고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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