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 “백약이 무효”/올 목표 점검ㆍ전망(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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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하반기 회복도 기대못해/기술부족등 구조적 모순 심각
연말이 가까워지는데도 수출은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추석이후 해이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수출단체장회의등을 잇따라 열고,종합상사들도 지난 9월말부터 일찌감치 「수출비상 1백일작전」에 돌입했지만 하반기엔 회복세를 보이리라던 기대는 멀어져가고 있다.
수출은 지난 12일 현재 4백74억3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7%증가에 머물렀다. 금년 수출은 특히 연초부터 맥을 잃기 시작,이를 만회하려면 하반기에는 적어도 10%선의 증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수출은 하반기들어서도 이런 기대를 외면,그나마 3ㆍ4분기 수출증가율이 6%정도를 나타낸 것도 지난 9월 추석을 앞둔 밀어내기 덕이었다.
상공부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출은 잘해야 6백45억달러 정도로 목표 6백50억∼6백55억달러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보다 불과 3%정도 증가하는 것이다. 연초에 수출목표 6백60억달러를 한차례 끌어내리기까지 했건만 하향조정계획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올해 수출은 한마디로 고전의 연속이다.
업종별로 조선ㆍ신발 등 일부업종을 제외하고는 전기ㆍ전자,섬유,자동차등 대부분의 수출주력업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섬유의 경우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미합섬 스웨터류 수출이 반덤핑제소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체 수출의 7할을 점하는 제품수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8월말 현재 전년동기비 2.4%가 감소했다. 전자ㆍ전기도 반도체 등이 호조를 나타내고는 있으나 전자레인지ㆍVTR 등 기존주종 수출상품의 부진으로 증가율은 1.8%에 머무르고 있다.
전기ㆍ전자제품은 아무래도 일본이 경쟁상대인데 작년이후 일본이 동남아현지공장을 발판으로 저가품수출을 늘리면서 안팎에서 벌어지는 공세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장면에서도 북방교역이 늘고 있긴하나 아직은 미미한채 이른바 미,일,EC(유럽공동체) 등 3대 시장의 수출둔화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9월말 현재 이들 지역에의 수출은 EC가 7.8% 증가를 보였을뿐 미국,일본이 각각 4.6%,10.9%의 감소를 나타냈다.
일본ㆍ대만도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낙폭이 심하고 원인이 기술개발부족ㆍ임금상승 등 구조적이라는데 심각성이 큰 것이다.
최근의 엔고현상으로 대일경쟁력이 어느정도 회복돼 단기적으로 수출증대원인이 될 것으로 보이나 장기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연초만해도 대일환율이 1백엔당 5백원은 돼야 수출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관련업체들이 내다보았으나,현재는 5백50원을 넘고 있는데도 엔고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앞으로 한소수교등으로 대북방수출이 늘어나고 UR(우루과이라운드)타결도 보호무역장벽의 완화라는데서 수출시장이 확대되리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원인들에도 불구하고 수출환경을 감싸고 있는 암운이 연말은 물론 내년에는 더 커지리라는 사실이다.
특히 유가상승으로 내년에는 세계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될 전망인데도 안으로는 인플레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임금인상요구 증대등이 예견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임금인상은 노사분규의 재연을 불러올 우려가 커서,이는 최근의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공부는 이같은 요인들을 고려할때 연말수출실적을 지켜봐야하나 내년수출도 6백70억∼6백80억달러를 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가상승등 수입수요증대를 감안하면 앞으로 무역적자는 확대되어 국민경제를 더욱 어둡게 할 것이다.
수출환경이 어두울수록 「경제하고자하는 마음」이 절실할 때다.<장성효기자>
□주요지역별 수출입차액(전년동기비,단위=백만달러)
89.1∼8월 90.1∼8월 증감액
미국 3,023 1,558 ▲1,465
일본 ▲2,688 ▲3,995 ▲1,307
EC 589 ▲179 ▲768
기타 ▲1,264 ▲404 860
계 ▲340 ▲3,021 ▲2,681
(▲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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