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종교학회 학술발표에 비친 「사생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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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죽음이란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같은 죽음의 문제를 설명해주는 것이 곧 종교며, 죽음에 대한 의미부여가 곧 살아서의 생활방식을 좌우하기 때문에 종교는 문화권구분의 기준이 돼왔다.
세계 3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기독교·불교·이슬람교외에 우리에게는 전통무속신앙이 있으며, 이밖에도 도교·유교·힌두교 등이 각 문화권의 저류를 흐르고 있다.
한국종교학회는 13일 덕성여대에서 이러한 각 종교의 사생관을 학문적 차원에서 비교 연구한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학회는 올해의 공동연구과제를 「각 종교에서 본 죽음의 문제」로 정하고 지난5월 춘계학술대회에 이어 같은 주제의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또 그간의 연구결과인 아홉 가지 종교의 사생관을 정리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각 종교별 연구논문 중 세계3대종교인 기독교·불교·이슬람교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통무속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소개한다.
◇기독교(김경재 한신대교수)=기독교신앙에 있어서 인간의 생명 그 자체가 하느님의 창조에 의한 것이기에 죽음 역시 하느님의 권능아래 있다. 기독교에서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죽음자체가 아니라 죽음에서 대면하는 하느님의 심판이다. 죽으면 인간의 모든 비밀과 죄가 하느님 앞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죽은 후의 생명은 하느님의 생명에 에워싸여 하느님 안에서 보존된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생명과의 사귐이다.
◇불교(정승석 동국대장사)=불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 죽음을 철저히 자각함으로써 보다 높은 차원의 진실을 체득, 삶과 죽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불교에서 죽음이란 「체온과 의식이 육체로부터 사라질 때 수명이 파괴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죽음은 수명을 지닌 생명체가 변화해 가는 과정의 하나에 불과하며, 새로운 탄생을 위한 중간단계다.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는 것은 죽음을 포함한 전체 현상의 진실을 철저히 이해하는(정각) 것이며, 이는 곧 죽음의 극복인 열반·해탈이다.
◇이슬람교(이희수 전 이스탄불대 강사)=이슬람에서의 죽음은 현실에서의 모든 행실에 대한 일단락이며, 보다 고차원적인 삶으로 향하는 새로운 단계다. 현세는 죽음이후 부활하는 내세에 비해 짧은 하위의 개념이지만 내세의 삶과 연결되기 때문에 최선의 삶이 요구된다.
새로운 육체와 영혼이 부활해 시작되는 내세는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된다. 천국은 창조주인 알라신과 만나는 축복의 세계지만, 지옥은 이승에서의 죄악에 대한 징벌과 시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지옥은 영원한 응징이 아니라 영혼의 정화를 위한 과정으로 일시적이다.
◇전통무속(이수자 이화여대강사)=무속에서는 삶의 세계를 이승으로, 죽음의 세계를 저승으로 표현한다. 사람은 죽으면 모두 저승사자를 따라 험한 길을 지나 저승세계에 도착해 심판을 받는다. 육신은 이승에 남겨두고 육신과 똑같은 모습의 혼령만 저승으로 가며, 제명(천수)에 못 가고 남의 명(비명)에 죽은 사람은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한다.
저승의 심판에서 죄 없고 공덕 많은 사람은 저승세계에서 영원히 살거나 새·나비로 환생하지만 죄 많은 사람은 지옥의 여러 가지 형벌을 받은 뒤 우마·구렁이·지네 등으로 환생한다. 무속에서는 인간이 이승으로 환생할 수 있는 것은 동·식물로만 가능할 뿐 인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즉 인간으로 이승에 사는 것을 단 1회적인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현실의 삶을 보다 긍정적·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정신적 기반이 되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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