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통증 감지 '통각'… 1㎠ 넓이당 피부엔 200개, 내장엔 4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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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군인들은 전쟁터로 나갈 때 진통제를 소지한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군인들에게 상처 치료보다 더 급한 것은 통증 감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 심하면 상처 때문이 아니라 통증 때문에 쇼크로 죽을 수 있다.

이 사실은 통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모든 통증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아픈 부위를 깨닫지 못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질병에 걸리게 될 것이다.

통증은 몸의 곳곳에 분포한 '통점'이 자극을 받아서 '통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될 때 느낀다. 통점을 구성하는 세포의 세포막에는 '채널'로 불리는 세포소기관이 있는데, 이 채널을 통해 세포의 안과 밖으로 여러 물질들이 오가면서 세포 사이에 다양한 신호를 전달한다. 통각신경은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 매우 가늘어 신호를 느리게 전달한다. 압각이나 촉각 등이 초속 70m로 전달되는 데 비해 통각은 초속 0.5~30m 정도다. 예를 들어 몸길이 30m인 흰긴수염고래 꼬리에 통증이 생기면 최대 1분 후에 아픔을 느낀다. 실제 우리가 압정을 모르고 밟았을 때 발바닥에 깊이 들어간 다음에야 아픔을 느낄 정도로 통각은 전달 속도가 늦다.

통각신경이 다른 감각신경에 비해 가는 이유는 더 촘촘하게 배치되기 위해서다. 피부에는 ㎠ 당 약 200개의 통점이 빽빽이 분포하는데, 통각신경이 굵다면 이렇게 많은 수의 통각신경이 배치될 수 없다. 이렇게 빽빽해야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반면 내장 기관에는 통점이 ㎠ 당 4개에 불과해 아픈 부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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