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 폭력이라고요? 도심서 죽창이 왜 나오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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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폭력시위가 우발적으로 벌어진다고 하셨죠? 서울 시내에 대나무 밭도 없는데 죽창이 왜 나오나요?"

8일 경찰청.한국경찰학회가 공동 주관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국제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에게 50대 주부 방청객이 이같이 돌발 질문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앞선 자유토론에서 "민주노총의 경우 내가 사무총장이 된 지 1년 됐지만 그동안 화염병.쇠파이프로 무장해 시위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폭력시위는 우발적인 현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전의경 부모모임' 대표 이정화(50)씨가 손을 들고 정면반박을 한 것이다. 이씨는 "폭력시위는 절대 우발적이 아니다. 시위에 죽창과 소나무가 갑자기 어떻게 나오느냐"며 김 사무총장을 몰아붙였다.

전의경 부모모임 소속 주부 10여 명은 세미나가 끝난 뒤 경찰청 간부들에게 다가가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전의경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방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한국.미국.일본.중국의 학자와 민변.민주노총.경총 등 관계자가 참가했다. 주제발표에서 마헤시 낼러 (미시간주립대 형사법) 교수는 "미국 경찰은 집회.시위에서 허용 시간을 넘기거나 허가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곧바로 진압경찰을 투입해 시위대를 현장에서 체포한다"고 전했다. 벤 브라운(텍사스대 형사법) 교수는 "미국에서도 1960~70년대 폭력시위가 심각했지만 이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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