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아랍배제 움직임-"정치갈등·오일달러로 스포츠정신 혼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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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경 UPI=본사특약】아시안게임에서 아랍권을 제외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파키스탄의 초드리, 인도네시아의 보브 하산, 싱가포르의 딜론 등 각국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고위관계자들은 5일 북경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오는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아랍국가들을 출전시키지 않는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OCA고위관계자는 5일 UPI와의 회견에서 아랍권을 제외한 OCA고위층들끼리 비공개회의를 갖고 오일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하고 6일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 알 사드 사무총장과 이 문제를 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위관계자 회의에서 ▲아랍권의 정치적인 갈등으로 스포츠 본래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고 ▲엄청난 오일달러 살포로 인한 아시아스포츠 외교분야가 혼탁해졌으며 ▲스포츠적인 측면에서 아시아스포츠 발전에 전혀 기여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OCA에서 아랍권 축출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관련한 「스포츠의 정치화」 및 「오일달러의 위세」에 비아랍 아시아국가들이 반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에서 이라크에 출전금지 제재결정을 내린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이 돼 금전살포 등으로 회원국들을 매수한 결과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출전금지 결정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원국당 2만5천 달러(약 1천8백만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OCA관계자가 밝혔는데 일부에서는 표결권자에 한해 50만 달러(약 3억5천만원)씩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오일달러로 OCA를 떡 주무르듯 하는 아랍국가들은 최근에는 셰이크파드 알 아마드 알 사바 OCA회장 사망에 따른 새 회장 선출을 6개월 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술 더 떠 새 회장 후임으로 셰이크파드 회장 아들인 아마드 파드(30)를 회장으로 천거, OCA회장의 세습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OCA 38개 회원국 중 아랍권국가는 12개국이며 OCA행정은 이들에 의해 결정지어지며 막강한 금전투입으로 남아시아의 후진국들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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