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만·김상규·오효철 등 대회 2연패 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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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11회 북경아시아드는 사이클 2관왕 박민수, 수영의 지상준(17)등 신인들의 화려한 등용문이기도 했지만 김상규(30·레슬링) 장재근(28·육상)등 이제껏 한국스포츠를 이끌어온 노장들의 은퇴 고별무대이기도 했다.
현역으로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던 이들 중에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 명예퇴진을 하게된 경우도 있지만 신인들에 밀려 조용히 자리를 떠나야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이번 북경대회를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추게되는 한국스포츠의 별들을 점검해본다.
먼저 대회2연패에 성공한 관록의 스타들로 복싱의 백현만(26) 레슬링 김상규(30) 역도의 황우원(28) 그리고 레슬링에서 2개 체급을 석권한 오효철(27·조폐공사)등을 꼽을 수 있다.
백현만은 86서울대회 금메달, 88서울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아시아 아마복싱 슈퍼헤비급의 대명사.
88올림픽후 한동안 링을 떠났다가 올해 초 대표팀에 복귀한 백은 스파링파트너마저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도 2연속 KO승으로 금메달을 획득, 무적의 철권임을 과시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2㎏급의 김상규는 대표선발전에서 자칫 탈락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 금메달을 목에건 억센 투혼의 사나이.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남자주장으로 참가, 부담이 컸던 김은 결승에서 중국의 리다신(과 연장사투 끝에 1-0으로 힘겹게 판정승, 책임을 다했다.
대회직전 여자역도의 약물파동으로 뒤숭숭했던 역도에서 1백㎏급의 황우원은 자신의 아시아기록 3백82·5㎏에 훨씬 못 미치는 3백55㎏에 그치고도 우승, 마지막 무대에 행운이 깃들었다.
이외에 팀 경기인 여자하키에서 득점왕(12골)에 오르며 아시아2연패를 이끈 임계숙(26)도 빼놓을 수 없는 스타.
임은 86서울대회 우승, 88올림픽 준우승, 89챔피언스 트로피 우승 등 대회마다 한국의 주득점원으로 활약, 한국이 지나치게 임에게 의존한다는 평을 듣게 한 장본인.
이처럼 북경대회를 화려한 고별무대로 장식한 스타들과는 달리 세월의 흐름을 읽으며 우승의 문전에서 밀러난 스타 또한 적지 않았다.
아시아3연패에 도전했던 육상 2백m의 장재근과 멀리뛰기의 김종일(28)이 대표적인 인물.
82년 뉴델리와 86년 서울대회를 석권했던 장은 자신의 아시아기록 20초41(85년)에 1초10뒤지는 성적으로 7위를 마크, 부상으로 인한 체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다 올6월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 멀리뛰기 3연패를 노렸던 김종일 또한 등외인 4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여자 주부 높이뛰기선수로 유명한 김희선(28)은 아깝게 은메달에 그쳐 금메달의 한을 풀지 못하고 10년 대표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한편 86서울대회에서 테니스 개인복식·혼합복식·단체전을 모조리 휩쓸며 4관왕에 올라 「유진선 바람」을 일으켰던 유는 이번 대회에서 혼합복식에서만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 잦은 부상으로 인한 체력저하를 실증했다.
또 사이클 아시아선수권1㎞독주 3연패를 달성했던 「아시아 단거리의 제왕」엄영섭(26)과 82년 뉴델리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우승한 이래 8년만에 정상을 노린 홍기호(28)도 동메달에 그치며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북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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