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연속 세이브 두산 김강률, 이제 정말 필승카드

중앙일보

입력

강속구 오른손 투수 김강률(33·두산 베어스)은 매 시즌 '필승카드'로 꼽혔다.

두산 김강률이 9회말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두산 김강률이 9회말에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김강률"이란 소리를 달고 살았다. 김강률은 KBO리그에서 몇 안 되는 시속 150㎞까지 찍히는 강속구 투수였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 초구에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평균 시속 147㎞ 직구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두산이 최고 팀에 군림했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김강률이 진짜 필승카드로 쓰인 적은 거의 없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지난 2015년에는 왼쪽 아킬레스건, 2018년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제대로 뛰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19년은 통째로 쉬었고, 지난해에는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늦게 시작했다. 그런데 8월에는 타구에 종아리를 맞아 또 한 달을 재활했다. 지난해 NC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호투했지만, 4차전에선 우측 허벅지 안쪽에 경련이 일어나 교체됐다.

올해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2월 말에 직구 최고 구속을 시속 147㎞까지 끌어 올렸다. 김 감독은 역시나 올해도 "김강률 구위가 좋다"며 눈여겨봤고,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4~5월에 11세이브,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하면서 마침내 필승카드가 되나 싶었다.

그런데 지난 6월 1일 NC전 9회 말에 등판해 1아웃을 잡았는데, 햄스트링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재활하기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유리몸'이란 수식어가 또 붙을 수 있었지만,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도움이 됐다. 지난 8월 10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돌아왔다.

그리고 순위 싸움이 한창인 가을에 힘을 내고 있다. 최근 4경기에 나와 4세이브를 거두면서 6일 현재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에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직 믿음직스러운 철벽 마무리라고 하기엔 아쉬운 모습이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1.49로 높은 편이다. 37세이브로 1위인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의 WHIP는 1.21이다. 김 감독도 "김강률은 거의 주자를 내보낸다. 제구가 잘 되지 못하고 있고, 승부구로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해줬던 김강률에겐 의미있는 시즌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김강률이 힘으로 밀어붙여서 결과는 좋다. 그래도 잘해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김강률은 어느새 30대 베테랑 투수가 됐다. 아파서 못 뛸 때마다 그는 "팀에 미안하다.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끌고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더 미안하다"고 했다. 올 시즌 막판에는 정말 필승카드가 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