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동시가입 북한설득/남북한 실무접촉/남측 “단일의석은 비현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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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에 2개 조선 인정」 지적/북선 종전 주장만 되풀이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고수해온 「유엔 단일의석 가입」 주장에 대해 최근 신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1차로 오는 16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 2차회담에서 「개별 동시가입」에 대한 남북 합의를 이끌어낸 후 내년 가을 유엔총회에서 유엔가입을 실현시키는 데 외교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5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유엔 가입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고위급 2차 실무대표 접촉에서 북한측에 단일의석 가입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고 개별동시가입에 북측이 동의할 것을 집중 설득했다.
우리측의 임동원 외교안보연구원장과 북측의 최우진 외교부 순회대사가 참석한 2차 실무대표 접촉에서 임 대표는 북한이 대일 수교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남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2개의 조선을 받아들이는 것인 만큼 유엔가입에 있어서도 현실을 수용,동­서독처럼 따로따로 가입한 후 통일이 되면 의석을 합치자는 내용의 우리측 안을 집중 권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 대표는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던 서한에 나타난 태도변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없이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해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우리측 관계자가 전했다.
양측은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고 낮 12시30분쯤 회의를 끝냈으며 3차접촉 일자는 추후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우리측의 유엔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측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으나 최근 중국으로부터 현실적으로 한국가입을 반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안다』며 『이같은 상황변화가 유엔정책에 있어 북측의 태도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북측의 입장변화를 중시,5일 판문점회담과 이달 중순 평양회담에서 북측에 개별 동시가입 수용을 강력히 촉구하는 과정을 거친 뒤 내년 가을 동시가입이나 아니면 단독가입이라도 꼭 실현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대일 접촉에서 「하나의 조선」정책에 대한 포기를 시사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남한의 유엔가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어느때보다도 「분리 동시가입」의 여건이 호전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제출한 박길연 주유엔대사 명의의 서한을 통해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같은 접근방법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해 「분리 동시가입」의 수용가능성을 시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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