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소 영사처장 예레멘코씨(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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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로의 번영을 돕는 새시대 열린 셈”/동북아 평화ㆍ안정의 전기/자원ㆍ기술교류에 큰 기대
뉴욕의 한소 외무장관회담에서 수교합의가 발표됐다는 뉴스가 날아든 1일 오전 주한 초대 소련 영사처장 예레멘코(60)는 『이제 두나라는 동반의 새시대를 열었다』며 기뻐했다.
서울 삼성동 영사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외교관다운 매끄러운 코멘트로 말문을 열었지만 「반한국인」으로서의 개인적인 기대와 설렘도 숨기지 않았다.
19세때 모스크바 대학에서 조선어 공부를 시작한 이래 평생을 평양주재 외교관ㆍ외무부 한반도통으로 지낸 예레멘코 처장은 한소 수교로 그의 한국 공부가 새 장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KAL기 격추사건 사과 용의에 대해선 『아직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양국의 수교합의에 무슨 생각를 했습니까.
『우선 반가웠습니다. 이제 두나라는 서로의 번영을 돕는 새시대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양국의 정치가ㆍ외교관들이 자주 만나 국제정세ㆍ동북아정세ㆍ한반도 긴장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국은 이제 구체적으로 주고받을 준비를 해야 할텐데요.
『우리나라는 자원이 많고 과학ㆍ문화ㆍ체육 등에서 「성과」가 많습니다. 한국은 현대적 기술,그리고 풍부한 경험과 자금을 가진 기업가가 있습니다. 양국의 협조와 교류는 전망이 탁틔었습니다.』
­양국 정상이 곧 교환방문을 하게 될까요.
『외교관으로서 나는 고위급방문을 언제나 높게 평가하고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는 정부간에 토의되어야 합니다.』
­한소 수교로 북한이 중국측에 기울 가능성은 없습니까.
『북한은 자립적 국가로서 자신의 정책을 스스로 결정합니다. 북한­중국관계가 강화되더라도 이것이 소련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련을 비난하는 비망록을 공개하는 등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습니까.
『소련은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조선민주주의공화국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약화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조 친우동맹관계가 성공적으로 나아갈 것으로 믿습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은 소련이 83년 KAL여객기 격추에 대해 한국에 사과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83년 9월 당시 소련 신문들은 소련 당국이 이 사건에 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발표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이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했는가는 아직 명백하지 않습니다.
소련군 비행기가 KAL 민간여객기를 격추시켰는지,아니면 어떤 다른 비행기를 격추시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소련은 초대 주한 소련대사에 키레예프 외무부 아시아 사회주의국장을 내정했으며 예레멘코 처장은 그 밑에서 계속 한국에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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