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수 아버지 납치될 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하려 한 30대가 검찰에 붙잡혔다.

춘천지검 형사2부는 7일 박 선수의 아버지(62)를 납치해 20억원을 빼앗으려 한 혐의(인질강도 예비)로 최모(31.춘천시)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범을 모집하던 최씨를 추적, 5일 오후 6시30분쯤 춘천시 서면 모 초등학교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박 선수 아버지를 납치해 인질로 삼은 후 박 선수에게 20억원을 요구하기로 하고 9월 20일께 납치.감금 장소로 경기도 청평 부근의 펜션을 물색하고, 무적(일명 대포) 차량을 구입하는 한편 차량 번호판 2개, 수갑과 복면, 가발, 휴대전화 10개 등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 최씨는 또 사전 도주로, 납치 및 현금수송 방법 등이 담긴 치밀한 범행 계획서를 만들고 인터넷에 '범죄 동업자를 모집합니다'라는 카페를 개설해 e-메일 등을 통해 납치 공모자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박 선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후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점을 악용, 박 선수 측근에게 '후원 사업의 수혜자인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접근해 아버지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번호를 파악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검찰에서 "게임장에 투자해 1억원 정도의 빚을 져 거액의 몸값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물색하던 중 평소 효자로 알려진 박 선수의 아버지를 납치 대상자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오전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 선수 아버지는 "너무 당황하고 놀랍다. 범인이 미리 잡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