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산·바다·명승지를 찾아…여행으로 활력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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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에는 대학생인 딸에게 살림을 맡기고 어디든 적당한 곳을 정해 훌쩍 떠나요. 이제는 아예 습관이 돼버려 여행을 갔다 오지 않으면 한주 내내 어쩐지 기분이 상쾌하지 않아요.』
30년 친구인 여고 동창생 3∼4명과 함께 3년째 간단한 주말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주부 황영순씨(48·서울 반녹동)는 『가까운 유적지에 가서 생활의 찌든 때를 훌훌 벗어 던지고 소녀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별안간 젊어지는 기분에 빠지곤 한다』고 말한다.
황씨와 친구들은 5년 후 일본여행, 12년 후인 회갑 때 유럽여행을 함께 떠난다는 계획 아래 매달 적금을 붓고 있을 정도로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있다.
바쁜 살림에 쫓기면서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신군자씨(46·서울 후암동)에게는 한 달에 1∼2번 서울근교에 다녀오는 여행이 습관화됐다.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떠나 새로운 글쓰기 소재를 찾을 수도 있을 뿐더러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다보면 복잡하게 얽히고 분노했던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의 잘못을 찾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랜 습작 끝에 최근 월간문학지를 통해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여행이 주부작가가 된 그에게 준 영향이 자못 크다고 말한다.
최근 이처럼 서울근교 산이나 유원지를 비롯해 전국의 명승지 등에서는 삼삼오오, 또는 몇십 명이 한 단체가 되어 여행을 하는 주부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삼희관광의 경우 지난해 1만7천여 명의 국내 여행객을 취급했는데 그중 72%가 여성이며 이중 70∼80%가 40∼50대 주부라는 것이 국내 관광부 김용혁 계장의 집계. 여성여행인구는 또 해마다 20%이상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
여행업 담당자들은 이처럼 여행이 주부들간에 보편화되면서 예전에는 오랜만에 단체로 야외로 나오면 으레 춤을 추거나 노래하고 음식을 해먹는 일이 정규코스처럼 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주부여행그룹의 규모가 점차 작아지는 데다 조용히 자연을 즐기면서 담소하고 숙박시설·유원지의 자체 위락시설 등을 이용한 놀이에 참여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고 있다고 주부여행객의 변모를 전한다.
『일요일에는 가능한 한 온 가족이 산에 오른다』는 주부 박순진씨(39·서울 반포동)는 『식구들의 건강에도 좋고 아름다운 자연을 접함으로써 자연스레 아름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다 평소 대화가 부족한 남편·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여행예찬론을 편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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