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3백만… 이탈리아 “몸살”(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프리카서 입국… 대부분 마약밀수ㆍ범죄조직 가담/정부선 처벌강화 서둘지만 「블랙파워」 날로 더 확대
유럽대륙과 아프리카대륙간의 교량역할을 맡고 있는 지중해의 이탈리아가 최근 아프리카로부터의 불법이민이 급증하고 있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이들 아프리카 불법입국자들은 불법노동에 종사,현지 노동자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인종차별문제로 이탈리아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들 아프리카인들은 마약밀수에 깊숙히 관련되어 있는가 하면 살인사건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이탈리아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이들 불법입국자들은 더욱이 마땅한 직업을 찾기 어렵고,사회의 배타적 분위기와 편견에 반발,마피아등 범죄조직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정부는 「신이민법」을 제정,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아프리카 불법이주민들로 인한 사회문제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블랙파워」는 점점 그 세력을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탈리아가 기후가 온화하고 출입국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때문에 튀니지ㆍ모로코 세네갈 등지로부터의 불법이민이 약 3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찍이 시칠리아 마피아의 미국진출과 남미이민의 송출본거지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완전한 이민수입국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탈리아정부는 신이민법을 성안하면서 국내에 있는 불법이주민들이 자진해서 당국에 신고할 경우 정식체류허가를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행정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워 현재 해당자중 5분의 1정도만 이 등록을 마친 상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등록하지 않아도 편히 살 수 있다고 판단,여전히 불법이주민의 신분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불법이주민들은 언어장애때문에 전문직 종사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쉬운 직업으로 노점상을 택하는 일이 많다.
로마시내 중심가에 있는 역사관광지구와 바티칸교황청 주변의 지하철역 등지에는 최근들어 부쩍 핸드백이나 지갑ㆍ선글라스 등을 판매하는 흑인들이 늘어났다.
순찰차가 들이닥칠 때만 잠시 좌판을 걷을 뿐 곧 다시 태연히 장사를 벌이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유명브랜드를 붙여 버젓이 팔고 있는 핸드백은 거의 대부분이 나폴리의 무허가 제조공장에서 만들어진 가짜 상품이다.
피렌체에서는 지난 2월 아프리카 불법이주민들과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 「인종마찰」이 발생,시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익청년단체들에 의한 대흑인 테러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불법이주민들이 이탈리아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농업ㆍ상업 등 계절적으로 노동수요가 폭등하는 부문에서 무시못할 몫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인들이 꺼려하는 고급식당의 접시닦기 등 각종 막일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이주민들이 이탈리아경제에 깊이 침투해 들어와 자본과사회적 위치를 굳혀 「블랙파워」로 자리를 굳힐 경우,이탈리아에 인종분규라는 새로운 고민이 추가될 전망이다.<진세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