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연·고대 입학관리처장이 말하는 통합논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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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에는 답이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입학관리처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혀 엉뚱한 주장이나 튀는 논리를 편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두 대학이 원하는 논술 답안은 어떤 것이고,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만난 사람=박형수 기자

튀는 의견 제시하기보다
생각의 다면성 보여줘야

연세대 이재용 처장

연세대 이재용 입학관리처장은 "답안을 볼 때 창의력보다는 출제 의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꿰뚫었는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독창성을 살린다며 튀는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논제 파악에 신경을 쓰라는 얘기다. 그리고 논제에 맞게 학생 스스로 세운 가정과 논리가 설득력이 있을 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정시 논술은 예년처럼 인문사회 계열만 언어 논술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지레짐작해 2008학년도 예시 문항 형식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며 "올해 역시 고전 텍스트를 많이 활용해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력, 표현력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사회 현상을 묻는 논술 답안은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연세대는 욕망.웃음.불안 등 개인적 성찰에 관한 주제를 자주 출제합니다."

이 처장은 학생과 교사 모두 낯설어 하는 '다면사고형 논술'에 대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수리력, 논리력 등을 다각도로 동원하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의 논술 문제와 달리 수리적 요소와 언어적 요소를 접목하고 미술작품을 제시문으로 주는 것도 다면사고를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지요."

그는 또 "연세대 논술이 어렵다는 말은 그만큼 문제가 창의적이라는 얘기"라며 "하지만 난이도 문제가 계속 거론돼 내년 3월 고3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고사를 치러 문제 수준과 내용을 재검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무조건 교과서를 제시문에 많이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고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교과서를 제시문에 끌어오면 문제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원리부터 탄탄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며 "사소한 문제라도 비판적 사고를 갖고 접근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리 논술도 글로 풀고
합당한 근거 제시해야

고려대 김인묵 처장

고려대 김인묵 입학관리처장은 "정형화한 논술 답안은 없지만 채점자가 원하는 답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논제를 잘못 분석하거나 갖춰야 할 조건을 빠뜨리면 글이 아무리 매끄러워도 틀린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채점자에게 모범답안을 제공하는 이유도 출제 의도를 정확히 반영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고려대 논술 문제 형식이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김 처장은 "2007학년도 수시 2학기와 정시의 논술 문제는 4~5개 문항을 3시간 동안 풀게 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올해 수시 1학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주제와 연결된 영역별 문제를 단계적으로 심화시켜 출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문항이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지만 앞 문항을 모른다고 뒷 문항까지 못 풀도록 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항별로 아는 만큼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언어와 수리를 혼합한 올해 수시 1학기의 통합교과 논술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언어와 수리가 결합되면 학생들에게 유리합니다. 과거처럼 언어와 수리를 분리하면 계열별로 한층 심화된 지식을 물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는 수리 논술을 수학적으로만 접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추론 과정을 수식으로만 늘어놓지 말고 합당한 근거를 제공해 문장으로 풀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제시문의 요약과 제시문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라는 게 김 처장의 말이다.

"요약문 하나만 봐도 학생의 독해.표현.비판.논리력 등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좋은 요약문은 제시문을 완전히 이해한 뒤 자기 말로 풀어 쓰되 논리적인 오류가 없어야 합니다."

뜻밖에도 모두 쉽다고 생각하는 제시문 요약 문제를 제대로 쓰는 학생이 드물다고 한다. 제시문 문장을 그대로 따다 쓰거나 문장의 연결이 어색한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김 처장은 단순한 지식이라도 원리부터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게 논술이라며, 거기에 학생 각자의 창의적 사고력이 보태지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 바로잡습니다

11월 8일자 C7면 '연.고대 입학관리처장이 말하는 통합논술'기사와 관련, 고려대는 2007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을 3시간 동안 4~5개 문항으로 치를 예정이지만, 정시 논술은 지난해처럼 언어 논술로 2시간 동안 치른다고 본지에 알려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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